경기참학, "학생인권조례 개정은 개악... 학교 안 갈등 증폭” 규탄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명칭을 바꾸면서 학생인권조례상의 교육감, 학교 설립자·경영자의 책임 강조 조항을 학생의 책임과 의무, 교사의 학생지도 강화 등 기존 조례를 개악하고 학생인권을 형해화하는 것을 물론 학교 안의 갈등을 증폭시킨다며 규탄했다.

다음은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성명서 전문.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개악을 규탄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9월 2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전면 개정을 추진하여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에서 모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명칭을 바꾸면서 학생인권조례상의 교육감, 학교 설립자·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을 학생의 책임과 의무, 교사의 학생지도 강화 등의 내용으로 기존 조례를 개악하여 학생인권을 형해화하고 학교 안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형국으로 틀을 잡고 있어서 교육계 안팎의 우려가 매우 크다.

특히 폐지되었던 상벌점제를 부활시켜 학생 포상·조언·상담·주의·훈육 등의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하고, 훈육에는 학부모 교육을 부과하는 내용을 비롯해 지금까지의 민주적인 학교문화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처벌과 통제를 교사에게 일임하는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서 20여 년 전 체벌이 횡행하던 시절로의 회귀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수업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침해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없는 상황이다. 학교는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 상호작용의 활동을 통해 거미줄처럼 얽혀서 교육과 성장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의 영역과 권리를 어떻게 분리해 해석하여 교육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며 이는 교육청이 미성년자인 학생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비겁하기까지 하다.

경기도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려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지금 교육 전면에 걸친 갈등의 원인을 교사와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이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현재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나 교사의 힘듦이 전부 학생의 문제이니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해결되는 것 인양 내세우고 있다. 실재로 교육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학교 인력과 교사의 충원, 교육 과정의 개정, 현장이 원하는 지원시스템과 소통의 구조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긴 시간과 고비용의 해결책 대신에 지금까지 사건이 생길 때마다 대처해온 방식인 진짜 원인은 외면하면서 학교 자치라는 명목으로 모든 책임과 의무를 학생과 교사에게 떠넘기는 악습의 되풀이인 것이다.

특히나 이번 개정안은 실질적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이며 마치 학생의 인권이 책임과 의무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인권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하는 가장 기본의 권리다. 인권의 개념조차 모르는 교육청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학생인권조례 이전의 교육환경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과 지도라는 명분아래 크고 작은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며 학교를 다녔고 이를 당연한 일상으로 여겼다. 나이가 어리고 미성숙하다고 인권 침해를 묵인한 과거 행태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하여 학생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고 책임과 의무라는 단서 없이 인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번 조례안 개정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다시 2000년 이전으로 후퇴시키고 있다. 동시에 임태희 교육감이 아이들 개개인을 인권과 존엄의 존재가 아닌 억압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20세기의 폭력적인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은 사람이다. 미성년이라고 해서 인권이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교사도 사람이다. 타인의 인권을 침해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우리는 학교가 학교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교육청이 진정으로 학생들의 삶을 존중하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학부모는 경기도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개악을 반대하고 규탄한다.

2023년 10월 4일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경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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