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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분석은 한일전 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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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저자인 김정운 교수는 원래 유명한 분이기는 했지만 이 책이 크게 히트한 덕분에 SBS 힐링캠프까지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 증권전문가들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잠깐 소개드릴까 합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사후 예견 편향(hindsight bias)

저자는 주식 전문가들의 분석이 대부분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뒷북치기라고 전제하고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시장 현실에 대한 설명이 벽에 부딪히면 경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인간 심리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예를 들면 ‘투자심리’와 같은 설명방식이다. 주가하락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면 주식전문가들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투자심리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다. 도대체 왜 투자심리가 위축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도대체 투자심리처럼 애매하고 황당한 설명이 주식이 하락할 때마다 그리도 당당하게 언급이 될 수 있는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참 낯 뜨거운 얘기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애널리스트에 대한 각종 패러디는 넘쳐납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 애널리스트가 미국 세계무역센터(WTC)에서 개인투자가들에게 주식에 대해서 분석해 주고 있었답니다. 그때 갑자기 비행기가 건물을 들이 받았고, 건물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게 되었죠. 개인 투자자들이 살기 위해 이리저리 뛰자 애널리스트가 말 했다죠. “여러분, 뛰지 마세요. 이 건물은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곧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괜찮습니다. 70층에서 더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이 건물은 114층이니 황금비율(0.618)을 적용해서 계산해 보면 70층에서 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왕샤오멍, 『이기는 투자』)


주식시장 분석은 한일전 해설이다

이처럼 여러 곳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증권 전문가들이지만 우리들에게도 할 말은 있습니다.  우리는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일이 한일전을 해설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한일전이 객관적인 전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정신력이라고 합니다. 한일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기량 이외에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정신력이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에서는 이를 투자심리라고 부릅니다.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반드시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자주 투자심리를 거론하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나라가 전력상으로 불리하다고 “이번 축구 한일전은 전력상 우리나라가 반드시 질 것입니다”라고 한다든가 혹 먼저 한골을 내줬다고 해서 “역시 예상한대로 일본한테 안 되는 군요” 라든지 “앞으로도 한두 골 더 먹을 겁니다”이랬다가는 다시는 축구 해설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해설자들이 어렵지만 이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많은 사람이 Long Position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Long Bias의 해석이 많은 것이 이와 같은 이치죠. 또 축구가 끝나고 나서 결과를 분석할 때 사실상 전력상으로 어려웠다고 하는 것이지 그야말로 ‘그럴 줄 알았어’라고 책임 회피식으로 얘기하는 것만은 아닌 것입니다.


투자 Tip

앞에서 말씀 드린 것에 대해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투자에 대한 분석은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이의를 제기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당연히 맞는 말씀이지요.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 예측이 한일전 결과를 맞추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전력 이외에 정신력이 작용하고 있고 경기 당일의 컨디션도 결과를 다르게 합니다. 결국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란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길 거라고 내기에 거는 것은 한일전에만 한정해야겠죠. 이를 주식시장에도 적용하는 지-본인의 Position에 따라 시장 분석에 희망이 들어가는지-는 스스로에게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본 자료는 투자를 유도할 목적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참고가 되는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의 최종결정은 투자자 자신의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상기의 시황에 대한 전망이나 예측은 실제 실적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기온창은 신한금융투자 IPS본부 투자자문부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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