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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대파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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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 전만해도 이번 총선의 승자는 단연 여당이었다. 


제일 야당 민주당은 공천 후유증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이었고 여론조사 결과는 냉랭한 민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런데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 외압 의혹을 받는 핵심 피의자를 호주대사로 임명하면서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뜸을 좀 들이겠거니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이종섭 전 장관이 출국을 해버리자 민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제는 후보 개인의 역량이나 인물됨, 능력과 정책, 공약은 둘째고 여당인가 야당인가로 투표를 결정할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은 물론 심지어 대통령이 연초부터 지금까지 전국을 휘저으며 민생 토론회라는 이름의 공약 발표회로 역대급 관권선거를 하고 있어도 국민의 마음은 좀처럼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 사망한 한 젊은 병사의 죽음과 그와 관련된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금지까지 해제하며 내보내는 오만함과 안하무인에 야당 지지자들은 물론 중도 성향의 국민들까지 정나미가 떨어진 모습이다. 


그리고 하다 하다 이제는 대파총선이 되어 버렸다.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대파 한 단이)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 된다”는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방문하는 때에 맞춰 할인에 할인을 더하고 그쪽으로 동선을 짜고 사전에 멘트까지 준비했다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벤트를 짰는지 의아스러울 일이지만 이를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대통령의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말은 채소값과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이 정도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뜻일 수도 내렸으면 좋겠다는 희망일 수도 있다.


문제는 평상시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개탄스럽다는 야당의 지적과 비판 정도로 끝났을 일에 국민들이 매섭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 때만 주권재민(主權在民)이긴 해도 여하튼 국민은 권력을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한다. 특히 한국의 유권자들은 화끈하기가 그지없고 지금의 선거는 대선 바로 뒤의 지방선거가 아니라 3년 차에 접어든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다.


그러나 2년을 돌아봤을 때 기억 나는 것은 대체 무엇을 왜 수사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검찰의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가 아직도 끊임없이 별건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과 편을 가르다 못해 적대국에게나 퍼부을 말과 이념 공세를 국민에게 쏘아대는 대통령의 입이었다.


과연 여당과 대통령은 불과 15일 남은 기간 동안 대파밭의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까. 하지만 여당 총선 후보가 "875원은 한 뿌리 (가격)"이라고 거들면서 다시 국민의 상처에 대파즙을 바르고 말았다. 


그런데 대파값에만 머물면 손가락만 보는 거다. 달을 보려거든 왜 국민이 대통령의 발언에 발끈하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지 뒤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마 그러하지 아니할 것이다. 이전의 모든 일들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최구길 중부데일리 발행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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