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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일해도 중간에 쉬면 근무기간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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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안 주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한 쿠팡


쿠팡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일용직 근로자에게 지급하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7월 한 달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일용직 근로자 수만 10만여명. 이들이 퇴직금 지급 기준을 충족했다고 가정 시 지급될 퇴직금 총합은 최대 2천억원(퇴직금 200만원)에 달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10일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쿠팡CFS의 지난해 취업규칙 변경 심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변경해 퇴직금 지급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용직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을 폭넓게 보장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과 대법원 판례에 위배되는 것으로, 실제 취업규칙 변경 뒤 고용노동부에 제기된 퇴직금 미지급 진정 및 신고 건수가 폭증했다. 


심지어 쿠팡CFS는 일용직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고용노동부 해석이라고 주장하며, 퇴직금 미지급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쿠팡CFS는 지난해 5월26일 기존 취업규칙의 <퇴직금> 관련 조항을 <퇴직금품>으로 변경하고, 1년 이상 계속근로한 근로자의 퇴직급 지급 기준을 손질했다.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근로자의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을 제외’하던 것을 ‘매 1년 단위로 4주 평균 주당 15시간 이상이어야만 퇴직금품 지급 대상’으로 변경한 것이다. 


즉, 0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이 있더라도 그 기간을 제외하고 1년 이상 일했다면 일용직 근로자라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취업규칙 변경 후에는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기간이 포함되면, 근로기간이 다시 0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아 1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개정 취업규칙의 ‘단기사원 퇴직금품 지급 기준’에서 쿠팡CFS는 “근로한 날 이후 다음 근로한 날까지 1개월 이상 근로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다음 근로한 날을 최초 근로한 날로 하여 새롭게 기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례로 ‘2022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1개월 이상 단절 없이 근로하였으나, 2022년 3월달에는 주당 1일만 근로한 경우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올해처럼 추석연휴가 길다면 한주만 쉬어도 퇴직금 지급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쿠팡CFS는 “단기사원의 경우 당일 근로하며, 당일 약정된 근로의 종료와 동시에 자동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므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원칙적으로 될 수 없으나, 회사는 호혜적으로 단기사원에 대한 퇴직금품 지급 기준을 정하여 요건을 충족한 단기사원에게 퇴직금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퇴직급여법과 취업규칙에 따라 1년 이상 근무한 일용직 근로자에게 지급하던 퇴직금을 삭제하면서 “호혜적으로 퇴직금품을 지급한다”며 마치 애초부터 지급 대상이 아닌 일용직 근로자에게 시혜를 베풀어 퇴직금품을 지급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최소한 1개월에 4,5일 내지 15일 정도 계속해서 근무하였다면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며 “형식상으로는 비록 일용직 근로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 년수를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용직 근로자는 지난 4월에도 해당 판례에 따라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노동부 역시 “4주 평균 주당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 있으면, 그 기간을 제외하고 산정”한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그럼에도 쿠팡CFS측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이 넘는 일용직 근로자 A씨의 퇴직금 지급 요청에, ‘연속 1년간 4주 평균 15시간 이상 근로하였을 경우에 한해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일용직은 계속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7월 한달 기준 쿠팡CFS의 일용직 근로자수(중복 제외)는 10만960명이다. 이들의 퇴직금을 200만원이라고 계산했을 경우 단순합산하면 2천억원에 달하며, 이 중 10분의 1만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을 채운다 해도, 2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쿠팡 계열사 전체의 퇴직금 미지급 진정 및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쿠팡 계열사를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 및 신고돼 행정종결된 사건만 671건으로, 이 중 237건이 퇴직금 미지급 신고건이다. 


매년 20여건 안팎이던 퇴직금 미지급 진정은 쿠팡CFS가 취업규칙을 개정한 2023년에만 90건, 올해 8월까지 75건으로 폭증했다.


김주영 의원은 “쿠팡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퇴직급여법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를 박탈시키며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는 불법행위로, 취업규칙 변경의 내용과 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일용직 근로자들의 빼앗긴 권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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