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동(本洞)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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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진행발언중인 정왕룡 의원 |
정 의원은 “올해 초 본동으로의 개명 움직임에 대해 지역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유영록 시장이 직접 추진중단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렇다 할 경위설명없이 본동 추진안이 부활했다"며 본동 명칭이 일제 잔재 논란을 불러온 그 자체도 문제지만, 김포전역의 스토리텔링 사업미진과 브랜드 전략부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김포시 지명위원회의 심의도 생략하면서 절차상 하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정 의원은 “김포시가 올해 정명1260주년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관내 지명은 형식적으로 짓고 있다”며 김포시 스스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추후에라도 재검토 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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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룡 의원 '의사사진행발언 전문]
변방 콤플렉스와 행정 편의주의의 합작품
- 장기본동, 김포본동 개명추진 유감 -
안녕하십니까. 시의원 정왕룡입니다.
오늘 저는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처리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장기본동, 김포본동 개명추진 건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전국 어디가나 학교이름, 유치원 이름, 교회이름, 회사명칭 등에 눈에 띠는 이름을 목격하게 됩니다. ‘제일’, ‘중앙’이란 명칭이 그것입니다. 김포도 예외는 아닙니다. 굳이 이 자리에서 거론을 안해도 김포의 학교, 교회, 회사이름 등에 채택된 사례는 금방 기억에 떠오를 것입니다.
저는 이 이름을 대할 때마다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느끼곤 합니다. 첫번째는 그 이름이 담고있는 의미와 현실의 불일치성입니다. 제일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제일이 되는 게 아니고 중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중심이 되는 게 아닙니다. 두 번째로는 으뜸이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욕망뒤에 담겨진 경쟁과 배제의 관점입니다. 자신을 제외한 타자는 변방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자신이 변방에 서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변방 콤플렉스의 반영입니다. 세 번째로는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의 빈곤입니다. 제일이나 중앙이라는 이름 속에서는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적 스토리는 찾아볼 수가 없고 삭막함만 엿보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김포1동을 김포본동으로 김포2동을 장기본동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데서 나오는 ‘본동’이라는 명칭도 ‘중앙, 제일’ 이라는 이름의 행정 동명 복사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일 김포본동이 공식화되면 이곳을 제외한 타지역 사람들은 김포변방에 존재하는 시민들이 되고 말 것입니다. 장기본동이라는 이름이 공식화되면 기존 장기동은 장기 껍데기동, 아니면 유사 장기동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본동’ 개명 움직임에 대해 지역 언론에서 문제제기를 하자 유영록 시장께서는 기자간담회에서 추진중단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렇다 할 경위설명 없이 다시 본동 추진안은 부활하여 이제 공식채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작용한 것이 국어연구원에 문의해본 결과 ‘본동’명칭은 일제의 잔재가 아니며 조선시대부터 사용해온 명칭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의 ‘본동’이라는 명칭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심의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지시어로서 ‘이 마을, 저 마을’할 때 명사앞에 붙는 접두사의 개념이라는 설명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포시 집행부에서는 이 내용에 대한 검토는 생략하고 조선시대부터 사용되어왔다는 설명만 거두절미하여 그 근거로 들이대고 있습니다. 시네폴리스 관련 조사특위당시 대표자 고액세금 체납에 대해 ‘별 문제없다’는 변호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작 그 다음의 말이었던 ‘고액세금 체납사유가 사업추진의 결정적 사유가 되므로 대표자 교체를 검토’하라는 말은 인용대상에서 생략했던 사례와 닮은 꼴입니다. 필요한 말만 가져다 쓰면서 정작 종합적, 체계적 검토가 안 이루어진 채 추진하는 행정편의주의 사업작풍의 단면이라 할 것입니다.
동료의원 여러분. 교육자이자 보학의 전문가인 이영백 선생은 본동의 의미를 ‘자기가 살고있는 이 동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의원 여러분들께서 의회에서 자신을 지칭하며 발언할 때 “본 의원은 ~~”이라는 말로서 시작하는 의미와 같은 뜻이기도 합니다.
동료의원 여러분.
저는 김포의 각 지명사용과 그에 담긴 스토리를 구현, 확장시키는 사안에 대해 예전부터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저는 예전에 이 자리에서 대명항을 손돌항으로, 애기봉을 조강 평화봉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유영록 시장께서는 2015년 1월 평화도시 추진관련 시정질문 자리에서 조강평화봉을 애기봉과 병기사용하는 방안추진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안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한하운 시인의 이름을 붙인 명예도로명 추진을 제안했던 내용에 대해서는 김포시에서 적극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김포시에서는 명칭을 정비해야할 사안들이 여럿 있습니다. 신도시 구래동과 양촌읍의 구래리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양촌읍 학운리 일원에 조성되고 있는 산업단지는 골드밸리인지 학운 산업단지인지 양촌 산업단지인지 명칭이 헷갈리기만 합니다. 여성회관과 평생학습센터로 혼용 사용되어 오던 명칭은 시의회에서 문제제기를 한 연후에야 평생학습센터로 통일되어 정리된 듯 합니다. 통진이라는 이름을 마송에 내주고만 월곶면민의 상실감을 저는 잘 압니다. 그나마 하성면의 신리를 마근포리로 바꾸어 역사문화성의 의미를 되살린 일은 평가 받을만 합니다.
이 시점에서 ‘본동’명칭은 일제 잔재논란을 불러온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위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의식과 맞물려 김포 전역의 스토리 텔링 사업미진과 브랜드 전략부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집행부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당연히 거쳐야 할 김포시 지명위원회의 심의도 생략하여 지명위원회 조례 3조 1항을 어겼다는 절차상 하자논란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는 왜 김포2동을 한강동, 혹은 금빛수로동, 혹은 청송동이라 부를 수 없는지, 김포1동을 김포본동이라는 명칭대신 중봉동, 서원동, 선비동, 충효동이라 부를 수 없는지... 굳이 일제 잔재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까지 이렇게 강행하려는 의도를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이것은 단지 두 개동의 명칭문제가 아니라 김포전역의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총체적 전략부재와 상상력 빈곤이 빚어낸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더욱이 김포정명 1260년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며 김포라는 이름의 역사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김포시가 지역 이름을 이렇게 형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이름짓기라면 차라리 김포정명 사업을 즉각 중단하기를 권고합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본동 추진안에 대해 동료의원들께서 재고해주시기를 바라며 만일 의회 시스템 운영상 부득이한 면이 있다면 김포시에서 결자해지 차원으로 이 사안을 추후에라도 재검토해주기를 강력 요청드립니다. 그리고 거듭 말하거니와 김포정명 뿐만 아니라 읍면동 및 마을이름 정명의 역사도 중요하다는 행정의 일관성이 위 아래로 구현되기를 바라며 이만 저의 의사진행 발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