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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서 받은 선물~ 10년 전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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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서 처음 둥지를 튼 곳은 고양시였습니다. 아파트의 50% 이상이 신혼부부라는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시작을 한 후 그 동네에서 두 번 이사를 하면서 두 아이를 출산하고 6년 정도를 더 살다가 큰아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용인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땐 일도 많이 하고 아이들도 어려서 동네 친구를 만들 여력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인연을 맺었던 귀한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애들 병원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 큰아이 유치원 친구들 엄마, 동네 슈퍼마켓, 부동산 아주머니~~ 등등. 용인으로 떠나면서 다시는 만나기 어려운 인연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렇기도 했구요. 
 
용인에서 살면서 그 분들이 가끔 그립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용인에 익숙해지고 용인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면서 어느새 그분들을 가물가물 잊어갔습니다.
 
애들 아빠 회사문제로 또다시 별다른 연고가 없는 김포로 오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용인에서 알게 된 이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물론 애들 친구들 엄마야 계속 만나겠지만, 오며가며 인사 나누었던 단골 마트 캐셔 아주머니, 바쁜 엄마 덕분에 늘 아이들의 간식을 해결해주셨던 집 앞 떡볶이 집 아주머니, 정신없는 엄마들을 위한 외상 서비스로 사랑받던 문방구 아저씨, 정수기 코디 아주머니 등. 생활 속에서 서로 인사 나누던 고마웠던 사람들인데, 곧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잊혀지겠지? 하는 생각에 쓸쓸함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낯설음을 즐기기도 하고 어색해하기도 하면서 적응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가 마치 선물과도 같은 옛날의 인연들을 이곳 김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전쯤 갑자기 몸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가 다음날 외래를 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종합병원은 가격이 비싸고 다니기 힘드니 그냥 동네 산부인과를 가기로 했지요. 그래서 찾은 동네 산부인과. 좀 나이가 있으신 남자 원장선생님께 증세를 말씀드리고 처방을 받아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 저녁때쯤, 불현듯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더군요.
 
삼 일치 약을 다 먹고 다시 병원에 가서 벽에 붙어 있는 원장선생님 이력을 보고서야 그 익숙함의 정체를 알고 말았답니다. 둘째아이가 다섯 달 만에 사산되고 다시는 아기를 못 가지게 될까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찾은 불임클리닉에서 저를 담당해주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다시 임신하고 출산 할 때까지 잘 케어해주시고 23시간이 넘는 진통에 학회까지 늦게 가시며 아이를 받아주신 너무너무 감사했던 선생님이셨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더라고요.
 
늘 아슬아슬 유산이 될 조짐 속에 불안해 하다가 임신 15주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너무너무 생생합니다. 
 
“김아영 씨 이제 이 아이는 살았네요. 유산 걱정 하지 마세요.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때 그렇게 마음 졸이게 했던 그 아이가 바로 다똥이랍니다. 선생님께 그때 이야기를 드렸더니 너무 반가워 해주시고 그 아이가 10살이나 됐다고 하니 놀라워하시며 꼭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축복과도 같은 다똥이를 함께 지켜주셨던 감사한 선생님을 다시 만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그리고 오늘 다똥이 학교 녹색 교통지킴이 봉사를 하기 위해 나갔더니 저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또 다른 엄마. 4차선 도로를 가운데 끼고 40분을 어색한 침묵 속에 보내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를 마친 시간에 길을 건너 처음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녹색교통지킴이 물품을 가져다 놓으려 사무실로 올라가서 커피 한 잔을 하는 동안에도 잘 모르다가 나오려고 인사를 할 때 번뜩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 oo산후조리원 있지 않으셨어요?”
 
하자마자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같은 산후조리원에 같은 기간 있으면서 함께 요가도 하고 모빌도 만들고 조리원 나와서도 서로의 집에 놀러 다니며 여러 차례 밥도 같이 먹었던 분이더라고요.
 
10년 전 그분도 저도 출산 직후에 만난 지라 지금과는 많이 모습이 달라서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조금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알아보겠더군요. 아마 어딘가에 그 집 아기랑 엄마랑 함께 찍은 사진도 있을 텐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다똥이는 신생아 때 친구와 10년 만에 같은 반 친구로 만나게 되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이 두 분과의 10년만의 만남이 아직도 여전히 낯설고 어색함이 많은 김포라는 새 둥지에서 받은 깜짝 선물 같습니다. 세상 참 좁다~는 말이 실감나며,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위대한 교훈을 가슴에 새기게 되는 아침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잊고 있는 고마운 분이 혹시 근처에서 좋은 이웃으로 살고 계실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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