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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꼭 있어야 하는 것,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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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윤동주의 <서시>를 읽었을 때, 제일 와 닿았던 행은 1연과 2연이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이 단 한 줄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찌 보면 무척 짧기도 한 17년의 시간, 이 시간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부끄러운 행동을 했을까? 내 기억 속의 첫 거짓말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숙제를 하지 않아 혼났는데, 부모님께 다른 애들도 다 숙제를 안 해서 혼났다고 둘러댄 것이다. 사실 그 당시 숙제를 안 한 애들은 몇 되지 않았었다. 단지 친구들이랑 노느라 숙제를 못 한 것 뿐 이었다.

아마 내가 그 당시 엄마에게 했던 거짓말은 무척이나 미숙했을 것이다.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 했을 게 뻔하다. 하지만 그때의 엄마는 나를 꾸짖지도, 때리지도 않으셨다. 단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렴.’하는 말 한 마디뿐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내 맘 속 깊은 곳부터 부끄러움이 솟아올랐다. 물건을 훔친 것도, 누구를 때린 것도 아닌데 괜히 눈망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때 느낀 그 창피한 마음이 어쩌면 서시를 쓰던 윤동주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 보면 가장 순진하고도 순수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처음 느껴보는 죄책감. 분명 부모님이 감쪽같이 내 거짓말에 넘어가셨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에 나를 질책하고, 꾸짖던 사람들은 없었다. 아마 그 이유는 내가 훗날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온 세상에 단 한 번도 부끄러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당시의 감정은 훗날 또 다른 반성으로, 그리고 곧 발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는 윤동주가 느낀 부끄러움이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거름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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