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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힘든 사람들한테 지프라기라도 되고 싶었어요" 봉사인생 40년 박남순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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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순(68) 김포시하천살리기추진단장은 1980년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김포로 이사 오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고촌을 들어서는데 누런 황금들판이 가도 가도 끝도 없이 펼쳐졌어요. 가슴이 탁 트이는 게 너무너무 좋았죠. 또 그 당시는 또랑에 바구니 하나만 갖다 놓으면 미꾸라지가 금방 꽉 찰 정도로 오염이 없었어요. 계양천도 지금보다 얼마나 좋았게요."


"하천살리기 그런 개념이 없을 때였어요. 날마다 혼자 계양천을 청소했죠.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얼굴을 다 가리고 눈만 빼꼼 내놓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계양천에 애정이 많이 가요."


김포시하천살리기추진단은 이런 마음들이 모여 2010년 만들어졌다. 박 단장도 적십자 회원들과 함께 계양천네트워크로 참여했다.


추진단은 계양천 외에도 봉성포천, 검단천, 나진포천 등 김포의 주요 하천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생태하천 복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형식적 활동을 지양하고 지역주민과 단체, 기업, 학교, 회원이 참여하는 다양한 하천살리기 운동과 생태보전 사업을 진행한다.


"보통 일 년에 30회 이상 연인원 800명이 100t 정도 하천에서 쓰레기를 치워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매년 이렇게 나와요. 깨끗하게 치우고 가면 그다음에 꼭 그만큼이 차 있어요. 그래서 인식개선과 정화활동이 둘 다 중요합니다."


추진단은 김포시뿐 아니라 환경부의 예산지원도 받고 있다. 하천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지 못하게 하는 ‘하천하구 쓰레기 정화사업’은 당초 3년 정도 계획이었지만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례가 없는 일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추진단의 모범적인 활동이 정부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김병수 시장님이 명품 수변공원을 약속하고 하천과도 새로 만들었어요. 대통령께서도 하천에 대한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동안 노력해온 활동가들의 성과라고 봐요. 하천의 중요성이 인정받는 거니까요. 다만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해요.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쪽이 꼭 탈 나거든요."


박남순 단장은 현재 추진단 외에도 김포시자원봉사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외국인지원센터의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그의 봉사 인생을 알기에 현장의 경험을 빌리기 위해서다. 


40여 년 전 지인들과 까치봉사회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대한적십자사 김포지구협의회장을 맡아 홀몸어르신, 북한이탈주민, 사할린동포, 장애인, 청소년은 물론 수해 현장까지 김포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해온 박남순 단장.   


“아마 삼십 대였을 거에요. 아이들을 업고 장릉(章陵) 구경을 가는데 언덕빼기에 독자골이라고 있었어요. 이런 데도 있구나 할 정도로 너무 어려운 분들이 살고 있더라고요.” 


집에 돌아온 박 단장은 눈이 아른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모은 옷을 보따리 보따리 싸고 아이들을 들쳐메고 다시 갔죠. 그렇게 시작된 거 같아요.”


김포터미널 정류장에서 슈퍼를 할 때는 12인승 승합차에 음식과 물건을 가득 싣고 남편과 이웃들을 만나러 다녔다. 


“우리 아저씨는 어디 가서 뭐 가져오라고 하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누구 도우러 가자고 하면 벌써 차에 시동을 걸고 나서죠.”


“비 가리는 집 있고 남한테 안 빌리고 살면 조금 나누며 살자”하며 시작된 삶이지만 도와드리던 분들이 하나둘 돌아가실 때면 마음이 아리고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는 눈에 밟힌다.  


“엄마는 아버지가 환갑도 안 돼 돌아가고 오남매를 혼자 키우시면서도 사람들을 챙기셨어요. 조금 있으면 사십구재인데 죄스러운 마음이 커요. 다른 어르신들께 봉사한다면서 그렇게 챙겼는데 막상 엄마한테는 그러지를 못한 거 같아서요.”  


봉사도 핏줄인지 그의 딸도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차비 빼고는 모두 내어주고는 한다. 자신도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추레하게 입고 있는 어르신을 보면 눈에 밟혀 아직도 옷을 사 입지 못하고 사다 드린다.    


“힘들 때 누가 옆에서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해주고 또 손이라도 잡아주면 그게 너무 고맙잖아요. 사람이 진짜 살기 힘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그대로 느껴져요. 그래서 진짜 힘든 사람들한테 지프라기라도 되고 싶었어요.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왔어요.”



최구길 기자

 

 

 

#박남순 #회장 #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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