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포는 어떻게 김기현의 무덤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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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 전 김포시장 예비후보
▲ 반쪽짜리 리더십의 당대표, 당선에서 사퇴까지 9개월
지난 14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혁신위원회 실패에 대한 당 내외의 강한 압박이 있었다. '김기현 리더십으로는 총선을 이길 수 없다'는게 사퇴를 요구한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사실, 기초단체장 선거 1곳의 패배가 당대표를 끌어내릴 정도로 큰 일은 아니다. 혁신위의 희생요구에 당내 중진들이 호응하지 않았다는 것도 당대표에게 사퇴까지 언급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기현은 용산에서 불어온 바람 덕에 당 대표에 당선되었다는 평가로 인해, 처음부터 반쪽짜리 리더로 출발했다. 김태우 후보를 강서구청장 선거에 재공천한 것을 비롯해, 그의 절뚝거리는 행보는 사사건건 용산의 간섭을 받는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힘겹게 버티던 '김기현 리더십'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김포시 서울편입' 이슈였다. 그 후, 김기현은 리더십이 바닥난 리더에게 요구되는 마지막 선택지인 '희생'과 '포기'를 요구받으며 9개월만에 끝을 맞이해야 했다.
▲ 대선주자급 광역단체장들의 반발, 당대표 리더십 붕괴
지난 9월 30일, 김포를 전격 방문한 김기현 대표는 현장에서 '김포시 서울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실현가능성 없는 정치쇼, 포퓰리즘일 뿐"이라고 직격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반시대적 발상이다. 반짝 특수나 노리는 '떳다방'을 연상케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직 당대표 및 중진의원 출신 광역단체장들이 정면으로 비판하자 김기현 대표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리고 초기에 신중론을 보이던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특별법을 낸다고 할 때, 분명히 반대 의견을 냈다", "선거용 아니냐고 하면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고백했다.
오세훈 시장의 인터뷰는 12월 6일에 보도되었는데, 바로 다음날인 7일에는 김기현 대표의 구리시 방문이 일찌감치 예정되어 있었다. 언론은 12월 초에 급부상한 혁신위발 위기를 돌파하고자 '메가시티' 이슈를 재점화 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의 구리시 방문은 없던 일이 됐다. 7일 당대표 일정을 확인하면,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가 유일하다. '위기돌파용 카드'로까지 언급됐던 '서울편입' 행사가 하루이틀 사이에 대체일정도 없이 당대표 공식일정에서 사라진 것이다.
김기현이 직접 던진 이슈에 당내 대권 주자급 광역단체장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당대표의 리더십이 완전히 고갈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거기에 더해, 서울편입 이슈에 대한 전국 여론은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해당 이슈를 통한 당 지지율 반등도 거의 없었다.
▲ 선거를 앞두고 섣부르게 던진, 실패한 여론몰이 정책
누가 제안했건 간에 그 주제를 공론화 한 것은 김기현 본인의 선택이었다. 대통령실과의 사전검토나 협의는 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김 대표의 김포방문 당일 오전에 연락받았다"고 밝혔다. 행안부, 경기도, 심지어 김포시 조차 제대로 된 검토는 없었고, 당 정책위나 여의도연구원 차원에서 언급된 기록도 찾을 수 없다.
아무튼 집권여당 대표까지 무너뜨린 '김포시 서울편입' 이슈는, '선거를 앞두고 섣부르게 던진, 실패한 여론몰이 정책'으로 남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비판해 오던 '포퓰리즘 정책'에 조차 미치지 못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법률과 행정체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구성원들이 서로 갈라져 싸우게 만들 뿐이다.
당 차원에서도 전국선거를 패배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입법이나 행정에 있어 적극적인 소수가 소극적인 다수를 상대로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모든 유권자가 비밀투표로 의사를 표시하는 '선거'의 경우,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일각의 우려대로, 국회의원 뱃지를 한번 더 달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시민을 선동하고 희망고문하고 있는 것이라면, 거기에 대한 심판은 전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 진짜 '해당(害黨)행위자', '매국노(賣國奴)'는 누구인가?
국민의힘은 '뉴시티 특위'를 설치해 가동중이다. 위원에는 김포지역구 당협위원장을 포함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 즉 총선출마자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집권여당의 특별위원회라는 껍데기를 쓰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특례로 뒤범벅된 특별법을 만들고 있다.
수십년동안 신뢰와 약속으로 지켜오던 국가시스템에 큰 구멍을 뚫고 있는데, 개인의 선거 당선을 위해서라면 이 나라의 뿌리조차 잘라낼 태세다. 다른 지역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김포에서 수도권으로, 다시 전국으로 논의대상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메가시티'라는 그럴듯한 포장과 함께 말이다.
특위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서울편입을 두고, "저출산시대의 특효약, 가장 큰 해법"이라고 강조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매국(賣國)행위"라고 주장했다. 홍철호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인구절벽문제 해결책"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편입주도 출산'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는 모습은 아이러니다. 서울편입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을 '매국노'로 몰아세우는 기세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도 궁금하다.
김기현 당대표를 끌여들여 소속정당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고, 다가오는 총선까지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누더기 입법을 행하고, '메가시티'같은 그럴듯한 포장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들, 그들이야 말로 진짜 '해당행위자'요, '매국노'들 아닌가?
- 육군사관학교 졸업(57기)
- 제17·18·19·20·21대 국회 보좌관·비서관
- 김포시장 예비후보(제8회 지방선거)
- 윤석열 대통령 후보 조직본부 기획팀장
- 국민의힘 경기도당 정책기획특보
- 특전사 제9공수여단 팀장
- 현)자유총연맹 자문위원
- 현)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후원회 김포시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