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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이재명, 지도자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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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에게 흉기 공격을 당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정치 지도자가 의외의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시의사회에 이어 서울시의사회, 광주시의사회, 경상남도의사회에서 연이어 성명을 내며 피습 피해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용과 서울행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헬기 특혜 이송은 의료전달체계 뛰어넘는 선민의식과 내로남불”, "응급상황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 전용,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이중적 특권의식”, “특권의식과 내로남불의 정석”, "응급의료체계와 지역의료의 무시”라는 것이다. 


헬기 이용과 서울 전원이 핵심인데 우선 헬기 이용은 소방청에서 구급 헬기 매뉴얼에 따른 조치라고 답했다. 


매뉴얼에는 의료기관이 요청할 경우 응급 의료 헬기를 운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이 대표의 가족이나 민주당이 강압으로 헬기 이송을 밀어붙인 것이 아닌 한 부산대병원이든 서울대병원이든 의료진의 최종 결정과 판단임으로 헬기 이송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서울로 병원을 옮기는 결정의 순간이다. 동정 여론이 의구심과 의아심으로 바뀌더니 이윽고 비판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습 직후 이 대표를 진료한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김재훈 교수는 4일 부산일보를 통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을 때에는 지혈이 잘 되어 있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 혈관에 혈전이 꽉 차 있었고 그것 때문에 다행히 추가 출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처음에는 혈전이 막아주면서 출혈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혈전이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막을 수도 있어 빠르게 수술할수록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동료의사들과 급히 응급수술을 준비했다”며 서울 이송에 대해서는 “이송 도중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대했다. 부상 부위의 혈전이 떨어지면 대량 출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이송은 환자 입장에서 위험한 결정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권역외상센터에 들어온 환자가 진찰 결과 경증이어서 2차 병원으로 옮긴 적은 있지만 중증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시 환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여서 ‘수술이 필요하다. 늦으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이 대표 본인에게도 했고 보호자 측에도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 측은 결국 서울대병원 전원을 결정했다. 수술이 늦으면 악화될 수 있고 이송 도중에 대량 출혈의 위험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부산대병원 의료진의 경고에도 굳이 서울행을 택한 것이다.


광주시의사회가 지적했듯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지난 2019년부터 4년 연속 A등급을 받았고 경부자상 치료에서 최고의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며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하던 민주당의 대표가 부산 보다는 서울이라는 식으로 자리를 털고 가버리는 순간 전국 의료인들의 지탄 대상이 되고 말았다.


겉으로는 지역의료의 중요성을 떠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서울로 가서 수술을 하고 치료도 받겠다는 공당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 지도자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유연한 머리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일관된 말과 행동, 정치 철학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물론 참모들의 판단과 결정은 민주당의 핸디캡인 내로남불 논란에 다시금 불을 붙였고 여당의 지방 후보들은 “자기는 서울 가서 치료받으면서”라고 외치며 지방 홀대론으로 선거를 치를 판이다.  


일관성과 진정성, 상황판단과 공감능력이 빵점인 당 대표는 민주당을 넘어 국가의 불행이다.


총선 예비후보 적격 심사의 기준이 친명이냐 아니냐로 갈렸고 공천도 이재명계냐 아니냐로 결정될 거라는 우려가 파다하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논하고 방향을 제시할 국회의원을 뽑는데 그가 살아온 길, 사회에 대한 봉사, 미래 비전과 철학이 아니라 당 대표와 그 측근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한지 아닌지가 기준이 되는 건 코미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대국민 선언을 하더니 3개월 뒤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지기 직전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하며 이미 이해할 수 없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였었다.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빈다. 하지만 지도자감은 아니다. 휑해질 지방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서울행을 결정하는 순간 국민통합의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서울 제일주의의 속마음만 드러내고 말았다.   


유사한 상황에서 김영삼이라면 이명박이라면 김대중이라면 노무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수술 준비를 끝낸 의료진을 뒤로 하고 서울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이재명 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외치지만 공천이나 챙기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학력, 지력, 경력, 판단력과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충만한 167명의 국회의원 중 어떻게 그만한 인물 한 명이 없다는 것인지, 그런 정당을 어떻게 지지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국민의힘도 마음 놓을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은 여야를 떠나 사소한 시비와 논란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내고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방심하고 삐딱선을 타는 순간 배를 뒤집어 버리는 게 국민의 마음, 민심이다.

 

최구길 김포인뉴스 발행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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