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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과체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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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청춘이라 불리는 10대, 이때에는 꼭 빠지지 않는 단어가 몇몇 있다. 학업, 친구, 가족관계, 이성 등등 말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튼튼하게 자라야 하는 새싹들에게 더욱 영양분이 되어 줄 거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10대의 원동력 중에 빠져서는 안 될 끈질긴 이름 하나. 그 이름하여 바로 ‘다이어트’다.

이건 어떻게 보면 원동력 같기도, 또 다르게 보면 성장을 방해하는 해충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10대 뿐만 아니라 모든 인생의 도로에서 내 뒤에 꼭 붙어있는 그림자 같기도 하다. 여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수다 속에서 꼭 빠짐없이 찾아오던 손님. 사춘기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드름과 같이 불청객으로도 느껴지던 다이어트. 대부분 이것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무조건 살을 빼리라는 굳은 다짐. 그리고 무리한 플랜. 머지않아 무너지는 작심삼일. 무작정 단식. 주위의 반응은 ‘너 환자 같아!’ 다시 또 좌절.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외치는 한 마디.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세상만 없었어도!’ 대부분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을 거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는 누구에게도 그닥 반가운 사람이 아니었다. 내 뒤를 졸졸 쫒아 다니는 암적인 존재! 스멀스멀 붙어 다니는 어두운 그림자!

나도 그런 수많은 절규를 외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이어트의 ‘다’자도 알지 못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앞섰다. 그리고 곧 고등학교에 올라와 점점 흐르는 폭포마냥 넘치려하는 옆구리 살이 보였다. 그리고 축제에 내 모든 체력을 쏟아 부은 뒤 2주 병결이라는 대장정을 낳고 ‘저질체력’이라는 타이틀을 단 후에야 ‘정말 다이어트 해야겠다!’ 라는 결심이 들고야 말았다. 이때는 알았을까? 다이어트가 나에게 줄 수많은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고 복근에 왕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내가 지금 써내려 갈 것은 어쩌면 그것보다 더욱 값진 것일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1일 째, 밤에 치킨을 12조각 먹었다. 내 나름대로는 다이어트였다! 내가 먹은 게 몇 조각인지 세면서 먹었으니까 말이다. 옆에서 우리 집 강아지 보리가 한심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라 믿었다. 다이어트 2일 째, 운동이랍시고 집에서 지압훌라후프를 열심히 돌렸다. 티비를 보면서 설렁설렁 뛰어다니기도 했다. ‘어, 이거 열 좀 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며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리고 운동을 했다는 기대감 반, 어제 치킨을 먹었다는 불안감 반으로 체중계에 올라섰다. 1kg이 불어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1키로는 어떻게나 왔다갔다 거릴 수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 체중계의 숫자를 봤을 때 내 마음엔 1톤의 돌덩이가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진짜 운동을 제대로 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든 게 말이다.

오전 6시에 학교 옆 운동장을 나가본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날은 눈까지 왔었다. 그냥 춥고, 또 춥고, 그리고 추웠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의지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성격 탓에 ‘운동장 한 바퀴는 돌고 가야 돼!’라고 금방 맘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발을 박차기 시작했다. 내가 정한 목표는 ‘운동장 20바퀴’였다. 걷기도 아니고 달리기로 말이다. 그리고 곧 목표에 대고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이 든 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허공에 대고 침을 뱉으면서 20바퀴 목표를 달성 했을 때는 이미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는데 뺨때기는 발갛게 익고, 다리가 꺽다리 아저씨마냥 휘청이고 목구멍에서부터 뭔가 올라올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20바퀴를 다 달성한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달리기를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인터벌 트레이닝! 그 날 밤 인터넷에서 찾은 운동 이름이었다. 강강약 중강약을 몸소 실천한 운동이었다. 달리고 걷고 달리고 걷고, 그렇게 쉴 틈을 주면서 숨 가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거라면 할 만 하겠는데?’ 게다가 그냥 꾸준히 달리는 것보다 효과도 배라고 하며 많은 트레이너들이 추천 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삶이나, 운동이나 페이스 조절은 중요하구나’하고 언뜻 생각이 스쳐 들어갔다. 이건 아주 나에게 중요한 지표였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우선 운동을 하고 자시고 간에 일단 학교 운동장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아주 골이 날 지경이었다. 생각지도 못 한 근육통이 온 것이다. 저질체력에 갑자기 그렇게 운동을 해댔으니 근육이 배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학교 운동장까지 발을 질질 끌고 나갔다. 이 근육통을 좀 어떻게 약화 시키는 법 없을까? 핸드폰으로 뒤척거렸더니 운동 전 스트레칭은 필수란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사고를 예방하기 때문이었다. 어제 나의 행동은 그야말로 준비운동 없이 물에 뛰어든 수영선수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배운 대로 아픈 몸을 억지로 쭉쭉 당기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유산소 운동은 1분 이상 쉬면 효과가 줄어든댔어!’, ‘숨이 가쁜 걸 즐기자!’ 전투적인 자세로 몸을 이끌었다. 어제와는 사뭇 뭔가가 달랐다. 분명 무언가가 변한 것 같았는데 그게 뭔지를 잘 몰랐다. 그냥 오늘도 운동장은 여전히 힘들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꾸역꾸역 목표는 달성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다이어트 5일 째,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운동장을 뛰러 나가는 내 모습이 이젠 꽤나 능숙해 보이는 것이었다. ‘운동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은 필수!’, ‘유산소 운동은 적당히! 너무 과해도 역효과야.’, ‘오늘은 근력운동을 좀 더 추가해야지.’ 이런 계획을 자연스레 잡아가는 모습이 어느 순간 눈에 띄었다. 숨이 가쁘더라도 달리기 목표를 완수하고 온 날에는 머릿속이 개운하고 기름 진 음식들도 생각나지 않았다. 비가 와서 운동장을 달리지 못 하는 날은 온 몸이 천근만근 찌뿌둥했다. 운동이라면 엄청나게 귀찮아했던 내 몸이, 이제는 운동을 하라고 성화였던 것이다. 숨이 가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달리다말고 가슴에 손을 갖다대보면 쿵쾅대는 그 심장소리. 그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미 나한테 운동은 ‘살 빼는 수단’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였구나. 그 자체로도 충분히 존재가 커져 있었다. 운동만이 줄 수 있는 그 박진감과 개운함을 알아버리고 만 것이다.

이 때, 인터넷을 뒤지다가 본 인상 깊은 말이 생각났다.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적정 체중을 맞출 때 몸이 건강 해 지는 게 아니라, 몸이 건강 할 때 비로소 자기에게 맞는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결국 다이어트의 궁극적 목적은 건강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13일 째, 나는 운동장 20바퀴를 뛰어도 가뿐한 체력까지 성장했다. 그리고 체형은 눈에 띄게 변한지 오래였다. 지금 여태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나는 이미 많은 보물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다이어터의 길을 계속해서 달려야만 한다. 살을 덜어내는 건 이미 충분하지만, 그 너머 운동으로만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고뇌를 덜어내기엔 아직 길이 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허둥지둥 기초상식도 없이 운동을 시작하던 나의 모습은 마치 신생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라는 제 2의 인생에 첫 걸음마를 띠는 아기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이어터들은 모두 다 그런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처음 태어나 세상에 발을 내딛었을 땐 기어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바라 본 세상은 한 없이 좁았다. 우린 그 과정에서 무릎을 찧기도 했고, 한번 데이고 난 후에야 불은 조심해야 된 다는 걸 알았다. 또, 제대로 체하고 난 후에야 밥은 급하게 먹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이렇게 고통을 느끼고 난 후에야 세상은 한층 더 넓어지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금 삶을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다 이런 걸음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는 그런 사람들에게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표지판이기도 하다.

나는 첫 문단에서 그림자를 암적인 존재로 표현했다. 그리고 곧 다이어트는 그림자였다. 어둡고 끈질기게 붙어 다니는 거머리 같은 존재. 하지만 그에 반해 그림자는 곧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죽은 유령은 그림자도 없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는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숨 가쁘게 뛰었을 때 쿵쾅거리는 심장, 이 기분이야말로 왕자 복근보다 값진 보물이었다.

난 처음에는 운동장 한 바퀴 달리는 것도 너무나 힘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왜 살이 안 빠지지?’,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하는 의심과 불신이 계속 왔다갔다 했다. 하지만 직접 해답을 찾아 나서면서 ‘아, 이럴 땐 인내심이 답이구나.’ 라는 명답을 찾아나가면서 결국 운동장 20바퀴를 달리고도 가뿐한 체력을 얻게 되었다. 덤으로 여유와 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을 개운함을 말이다. 만약 지금 당신의 인생이 너무 지치고 쓰러질 것 같다면 생각해보라! 내가 달리기 전에 준비운동은 해주었는지, 페이스 조절은 제대로 해주었는지. 내가 너무 무리한 플랜을 짠 건 아닌지. ‘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말이다! 삶에도 결국 인터벌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말하고 싶다. 지금 인생의 출발 레이스에 선 우리 모두가 ‘다이어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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