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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 전쟁의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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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태평양의 어느 구석 조그만 섬나라 팔라우. 오늘은 그 팔라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화려한 열대의 색감 속에 풍요는 아니어도 여유를 누리고,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던 팔라우. 옛날 그 멀고도 조그만 섬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세계 침략을 향한 야욕을 위해 전초기지로 사용한 일본군이 있었습니다. 또, 그들을 무찌르기 위해 또 다른 공격을 감행한 미군과 유엔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그 먼 곳에 강제로 끌려와 그들의 모든 수고로움을 대신한 동남아 각국의 강제 노역자들과 그 전투력의 위로를 위해 끌려온 정신대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의 영혼은 팔라우를 떠돌고 있습니다.
 
   
▲ 일본군 사령부 앞의 대공기관총, 2001-04-20 ⓒ공익표
일본군 사령부
팔라우의 가장 큰 섬 바벨다웁 (Babeldaub)에 있는 아이라이주(Airai State)에 가면, 그 가운데에는 아직까지 일본군 사령부 건물이 흉물처럼 서 있습니다.
 
   
▲ 일본군 사령부 건물, 2001-04-20 ⓒ공익표
지금은 그 옛날 그들의 행위를 비웃듯이 그 안에 카센터가 자리 잡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보존도 아니고 폐쇄도 아니고 그야말로 방치. 아픈 역사의 상흔을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 용해시켜 버리는 이 나라 문화의 방식인지, 역사를 거두고 뒤돌아 볼 겨를이 없는 생활의 곤핍함에서 오는 방치인지 모르겠습니다.
 
   
▲ 카센터로 이용되고 있는 일본군 사령부 건물, 2001-04-20 ⓒ공익표
일본군 사령부 건물 앞에는 아직도 그 총부리를 누군가의 심장을 향해 겨누고 서있는 대공 기관총이 있습니다. 시뻘겋게 녹이 슬어가면서도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누군가를 향한 그 총부리는 끝내 거둘 줄을 모릅니다. 
 
건물의 주변 곳곳에는 전시, 아니 방치되어 있는 무기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저 탱크는 또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저렇게 쉬고 있는 것일까요? 그 옆에 같이 쉬고 있는 건설장비와 대비됩니다. 이렇게 전쟁의 상흔은 아직도 팔라우의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 일본군 사령부 앞에 전시된 탱크, 2001-04-20 ⓒ공익표
또 하나의 기관총이 서 있습니다. 저 무기에 앉아있던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또, 저 무기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그들은 지금 같은 하늘 위에서 만났을까요? 만났으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그들의 이야기가 저는 참으로 궁금합니다.
 
   
▲ 일본군 사령부 앞에 전시된 기관총, 2001-04-20 ⓒ공익표
Ngeremlengui State
팔라우의 가장 큰 섬, 바벨다웁의 서쪽 구석에 있는 Ngeremlengui State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동네 한가운데 마을 회관(Community center) 앞에 있는 또 다른 무기입니다. 
 
이 동네는 밀림 깊숙한 곳에 있는 동네인데 일본군은 저 깊은 곳까지 무엇 하러 갔을까요? 일본군은 이곳에서 철광석을 채굴해서 본국으로 보내 또 다른 무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철광석을 캐는 일은 강제 노역자들의 수고였겠지요. 이 곳을 가는 중간에는 지금도 철광석을 실어 나르던 케이블카의 철골 타워가 쓰러져 있고 철로가 남아 있습니다.
 
   
▲ Ngeremlengui State마을 회관 앞의 무기, 2004-04-24  ⓒ공익표
앙구아르 섬(Anguar Isalnd)
팔라우의 최남단에는 앙구아르섬이 있습니다. 그곳의 정글 속에는 지금도 여러 가지 무기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제가 팔라우에서 도로공사를 할 때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폭발물 제거반을 투입하여 미폭발 무기들을 회수하여 제거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무기들이 정글 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 중 하나, 추락한 비행기 동체입니다. 찌그러져 산속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저 프로펠러는 지금도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것일까요?
 
   
▲ 추락한 비행기 동체, 2003-08-31  ⓒ공익표
이곳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참하게 처박힌 저 곳으로 얼마나 많은 총탄을 피아간에 퍼부었던지 지금도 이곳에서 자라는 모든 동식물은 납중독으로 기형이 심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치열했던 2차 세계대전의 흔적들은 그 자리에 서서 그렇게 역사에서 자연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날개 위에 앉아있는 백구 한 마리가 마냥 한가롭게 보입니다.
 
   
▲ 비행기 동체 위에 쉬고 있는 백구 한마리, 2003-08-31  ⓒ공익표
   
▲ 정글 속에 방치된 탱크, 펠렐리우섬, 2003-07-22  ⓒ공익표
단지 육지뿐만이 아닙니다. 팔라우의 바닷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닷속 곳곳에는 추락한 비행기가 온전한 모습으로 가라앉은 것도 있고, 잔해들이 흩어져 있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전쟁의 흔적들은 이제는 우리의 과거일까요? 아니면 여전히 우리의 현재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우리의 미래 모습인가요?
 
그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과연 우리의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뉴스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과거의 일이라고만 넘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팔라우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전쟁의 엄청난 무서움을 돌이켜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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