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사회
HOME  > 뉴스종합 > 사회

계영배와 상선약수(上善如水)

컨텐츠 정보

본문

여러분들은 계영배(戒盈杯 : 戒盈盃: Jie Ying Bei 지에 잉 빼이)라는 이름을 들어 보셨던가요?

계영배는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商道: Shang Dao: 상따오)에서 임상옥이 마지막으로 거두었던 즉 가득차는 것을 경계하는 술잔입니다.

최인호 작가의 상도에는 财上平如水,人中直似衡 즉 재상평여수, 인중즉사형이란 말이 나옵니다. 재물은 그 높낮이가 물과 같고(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재물이 많으면 결국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사람의 그 바름이란 저울과 같다는 말입니다(즉 사람은 반드시 저울과 같이 공평하고 정확하게 이익만을 쫒지 말고 모든 일을 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계영배는 원래 중국에서도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인데 전설로는 제나라 환공이 옆에 두고 항상 자만을 경계했다는 말로 인해서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 했다는 말도 있고 또 다른 전설에는 당나라 때의 양귀비가 당 현종의 아들과 결혼할 때 현종이 하사하여 자만과 물욕을 경계하라고 하사하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전설 속의 계영배는 민간으로 전하다가 명나라 홍무제 때에 복원이 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모양이나 최초의 생김새는 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계영배는 우리가 상상해서 만든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원리는 마치 드럼통에서 호수와 입으로 물을 빼면 계속 나오듯이 물의 압력을 이용하여 물이 일정한 수준에 차면 중간에 있는 용의 머리 밑의 구멍으로 물이 넘쳐서 다 밑으로 빠지는 물리적인 기구입니다.

2004년도 말인가에 저는 상도를 읽었고 제 아내는 그 이후 2년 뒤에 상도를 읽었는데 아내가 상도를 읽게 된 계기는 저와 아내가 큰 아이를 낳은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부부 둘이서만 중국 서안으로 자동차 여행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고 또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그나마 아이들이 잘 크고 있고 어려운 결정들을 대부분 마친 상태여서 저희 둘은 중국 서안으로의 2박 3일 자동차 자가운전 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거리는 천진-보정-석가장-태원-운성고속도로-운성-자동-서안의 노선으로 편도 1,100km 정도 됩니다. 2박 3일 동안 2,200km를 주파한 것이지요. 당시의 제 차는 액센트를 개조한 중국 북경 현대차의 천리마(千里马: Qian Li Ma, 치엔 리 마)였고 Max 속도가 150-160km 정도 나오는 이 소형차를 타고서 아내와 둘이 번갈아 운전을 하면서 중국 문명의 고도인 서안으로 향했습니다.

첫날 아이들을 장모님께 부탁하고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 8시 무렵 약 10시간의 운전을 거쳐 서안에 도착하여서 짐을 풀고 주위를 돌아보았습니다. 다음 날은 가까운 진시황의 병마용과 양귀비의 옥청지 그리고 몇 개의 도교 사원을 본 후에 시내로 돌아와서 대안탑, 소안탑을 본 후 다시 저녁에는 당나라 양식의 새로운 공원인 대당부용원(大唐芙蓉圆: Da Tang Fu Rong Yuan)에 가서 고대 음악도 듣고 서유기도 느껴보고 전통 식사도 했습니다.

늦은 저녁에 우리의 인사동 같은 서안의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도자기 파는 곳에 들렀는데 마침 도주호(倒酒壶: Dao Jiu Hu)라고 불리는(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술병과 상도로 마침 유명했던 계영배를 샀습니다. 나름대로 품질이 좋았고 실제로 도주호는 아래 바닥으로 물을 넣은 후 바로 세우면 밑으로 물이 새지 않더군요.

그리고 계영배는 사기잔 가운데에 용의 머리가 솟아 있는데 물을 붓다가 용의 목을 넘어서면 바로 밑으로 모두 물이 빠지더군요. 마침 상도를 읽은 바로 다음이라 상당히 신기했고 마침 차도 있었기에 도주호 2개에 계영배 5개 정도를 샀습니다. 호텔방에 와서 시험을 해 보니 그 중 계영배 두 개는 불량이라 일부만 물을 채워도 줄줄 새더군요. ^^;;

이 계영배를 가지고 와서 도주호와 함께 두 잔을 세트로 그때 당시에 모시던 사장님께 드렸습니다. 저는 그저 가득 참을 경계하고 항상 직원들을 위해 낮은 곳으로 생각을 하시고 항상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리신다면 저는 항상 사장님의 좋은 부하가 되겠다는 의미였는데 당시의 사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추측을 많이 하고 이를 계기로 저를 많이 헐뜯고 하더군요. 전 사실 좋은 사장님 그리고 좋은 회사를 만드시길 바라서 그리고 그때 사장님도 마침 상도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하시기에 드렸을 뿐인데……. 또 배웠지요. 좋은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두 개는 물이 새니 버렸고 두 개는 이전의 사장님을 드렸고 도주호 한 개는 중국 정부 구청장이던가요 잘 생각은 안 나는데 한분에게 위정자로서의 마음을 항상 잘 간직하시라고 드렸고 나머지 하나는 이전 사장님을 계영배와 함께 드렸습니다.

가끔은 집에서 고량주나 와인 한잔 할 때, 이 잔을 사용해 보곤 했다가 장식장 구석에 처박아 놓고 잊고 살았는데 얼마 전 친구들에 집에 왔을 때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은데 정말 줄 것이 없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계영배가 있기에 시범을 보이니 신기해하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남은 잔 하나를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항상 가득 참을 경계하고 안분지족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이 계영배는 새삼 상도의 줄거리를 설명 드리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계영배의 사상과 상도의 财上平如水,人中直似衡란 말은 중국 도교 철학자인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흔히들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도 하고 상선약수, 수선리만물이불쟁(上善若水,水善利万物而不争 : Shang shan ru shui, shui shan li wanwu er bu zheng) 즉 풀어본다면 가장 최고의 선은 물의 품성과 같아서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지만 만물과 그 명리를 다투지 아니한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문은 노자의 도덕경 제 8장 易性第八에 나오는 말로서 전체는 上善若水。水善利万物而不争,处众人之所恶,故几于道。居善地,心善渊,与善仁,言善信,政善治,事善能,动善时。夫唯不争,故无尤라는 문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노자가 공자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하는데 내용이 상당히 길고 철학적 함의가 있으므로 이 대화는 다음에 번역을 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결국은 핵심인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나 만물과 그 명리를 다투지 아니하고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므로 항상 지극의 선의 길 옆에 같이 한다는 의미로 큰 뜻을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상도의 임상옥이 깨우친 마지막의 대오각성과 비슷한 성질이라 하겠습니다.

대오각성한 임상옥은 자신의 채권과 자산을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인생의 정리를 시작하지요. 참으로 어려운 경지라 할 것 같습니다.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대부호도 자신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였고 또 지금도 부자 증세 등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지요. 같은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기득권과는 좀 다르지만 최근 실천은 없지만 계속해서 부자증세 이야기가 나오고 경제민주화도 떠오르고 있으니 어찌되었던 사회의 큰 방향은 좀 더 성숙한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저를 말하라고 하면 뭐 별로 재산은 없지만 일단 자식들이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할 수준과 전세금 정도라도 준비해 주고 나서 사회의 환원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그저 보통사람일 뿐입니다. 뭐 남 이야기 할 것 없이 자신을 자신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말이 아니라 언젠가는 행동으로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밤에 급하게 찍은 후 계영배를 친구에게 선물해서 이젠 계영배마저 제게는 없더군요. 하지만 그 마음이야 잊어서 안 될 것 같고 지금은 그래도 살만하니 우선은 제 주위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회사 직원들까지 제가 속한 범위 내에서 더 돕고 잘 살게 하고 싶습니다. 회사를 잘 키우고 좀 더 이익을 직원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어려운 일과 힘든 일을 겪은 후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마음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그들에게 공허함이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고지가 목표라면 고지에 도착해야만 과실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1부 능선, 2부 능선부터 9부 능선까지 마치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을 제공하듯이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적절한 보상체계를 만들어 주면서 그때그때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찍어서 그런지 나중에 보니 흔들렸더군요. 그럼 어떻습니까? 잔을 보고 그 뜻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할 용기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지 술잔 가지고 있으면 술 밖에 더 늘겠습니까? 결국은 아끼던 작은 물건도 나눔과 줌으로서 오히려 기쁨이 늘어나고 또 이렇게 블로그에 소개도 하니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8,310 / 1793 페이지

인기 기사


사람들


주말N


최근기사


중부데일리TV


포토


기고/칼럼


기자수첩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