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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열풍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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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열풍이 전 국토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 자료에 따르면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에서만 89개 협동조합 신청이 접수되었다 합니다. 4월초 현재 이 가운데 요건을 갖춘 66개 협동조합이 설립돼 운영 중입니다. 그중에는 대리운전, 방과 후 학교 등 귀에 익숙한 업종뿐만 아니라 곰사육, 광고물 부착방지, 시민야구, 동네 놀이터 연구소등 특이한 사례도 있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도내에서만 약 2백여 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 질 것 같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추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마치 협동조합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 되어 너도나도 이 흐름에 편승하여 무언가 한몫 단단히 잡으려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합니다만 모든 일에는 겪어야 할 굴곡이 한 두 차례 있는 법입니다. 어차피 치러야 할 홍역이기에 커다랗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협동조합의 7원칙중 하나인 ‘지속적인 조합원 교육’이 진행된다면 이러한 염려는 보완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시민들 속에 분출되는 에너지를 적절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정의 뒷받침과 언론의 차분한 조명이 필요합니다. 이것만 제대로 된다면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딜레마를 해결하는 소중한 디딤돌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에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대내적으로는 기존 사회적 경제정책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당국의 기존 사회적 경제정책이 자금지원위주로 전개되다보니 사회적 기업 등의 양적증가에는 일조하였지만 지원종료 뒤,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면서 기업의 안정적 자립 자활구조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려 하였지만 결과는 지렁이 공급이 떨어지는 순간 낚시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지렁이 공급원 역할을 한 행정당국은 어느 지점이 물고기 잡기에 좋고 어느 낚싯줄이 효과가 좋은지, 그리고 물고기를 유인하는 방법과 타이밍 등 전문적 지식을 가르쳐 주려 열심이었습니다. 더불어 낚시질의 진행상황과 사전사후 결과를 반드시 서류에 근거하여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시켰습니다. 이를 제대로 이행 안하면 낚싯대 회수도 불사하는 강한 조치를 단행하였습니다. 지원주체로서 관리감독 권한을 강하게 행사한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낚시터는 짐을 싸서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고 그 자리에 다시 다른 사람이 자리를 잡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은 행정당국은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낚시터에서 빠질 테니 모든 것을 민간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당연히 예전에 진행되던 지렁이 공급도 끊기고 모든 것을 참여주체간 협력의 힘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물고기 잡는 법, 이 물고기를 파는 법, 지렁이 키우고 공급하는 법, 낚시 만드는 법, 연못의 생태계 관리, 낚시꾼 간식판매 및 배달, 그리고 새로운 낚시터 개발, 매운탕 끓이는 식당 운영, 여기에 양념이나 야채판매 등 식자재 공급, 낚시터까지 운행하는 대중교통, 인근에 야영캠프장 운영 등 이 모든 것이 민간사업의 영역으로 펼쳐지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영역에 사업마인드를 갖고 뛰어들려면 법인설립이라는 커다란 장벽 앞에서 법적 근거와 기초 자본금을 만드느라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5인의 의기투합만 된다면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어떤 영역이든지 사업출발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기에 현행 협동조합 기본법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법인설립의 수월함’일 것입니다. 설립의 수월함이 성공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성공했다해서 조합원들에게 주식회사의 주주처럼 사업성과에 따라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도 드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 시장에서 담아낼 수 없었던 소박하면서도 소중한 가치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그릇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도 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대중적 협동조합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협동조합 열풍이 로또 열풍에 못지않게 더욱 더 세게 몰아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 7원칙이 그 안에서 나침반 역할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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