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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전인수와 정치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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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길 2010.jpg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25일 입장문에서 "이 대표가 세상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라며 "이런 결정을 할 당시 김포시장은 민주당 소속이고, 그 미니 전철이 운행을 시작한 2019년 경기지사가 이재명 대표였다는 사실은 왜 말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또 "이 대표가 시민고통에 편승해 인기를 끌려는 가벼움과 그 고통에 숫가락 올리는 것을 넘어 사실 왜곡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공격했다.


당일 아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해 출근길 상황을 점검하면서 “제가 경기도 있을 때부터 서울시에 계속 얘기했는데 5호선과 건폐장을 맞바꾸겠다는 건 서로 관계없는 사안을 관계지어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것 같다. 서울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서 이를 반박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하지만 오 부시장이야말로 애써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오 부시장의 말대로 이런 결정을 내릴 당시 김포시장은 민주당이 맞다. 하지만 당시 경기지사는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문수 전 지사였다. 


현재의 골드라인은 2012년 3월 27일 경기도 도시철도 기본계획(김포편) 변경 승인으로 최종 고시됐고 김문수 지사는 2006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8년 간 재임했다. 


2009년 7월 최초 승인된 4량 1편성 고가(高架) 경전철 계획을 승인한 사람도 2012년 3월 2량 1편성 지하 경전철로 변경 승인한 당사자도 바로 김 전 지사였다.


당시 남의 당 시장을 비판하면서 자기 당 도지사는 쏙 빼고 운행 개시 시점의 도지사를 끌고 와 힐난하는 아전인수다.


이런 사례는 며칠 전에도 있었다.


14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골드라인을 거론하면서 “민주당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과 그간 김포시정을 장악했던 민주당 출신 전임시장들의 무책임 행정이 빚어낸 결과”라거나 "2021년 민주당 전 대표가 타보고 ‘양계장 같다’고 했는데 김포시민들이 닭 취급을 받을 때 민주당 정부는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당시는 민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 정부였다. 


대통령은 박근혜, 도지사는 김문수, 국회의원은 재선에 초대 안전행정부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유정복 현 인천시장이었다.   


오 부시장은 또 “서울시는 정치공방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고 했다. 박 정책위의장도 “전 정부, 전임 시장 탓만 하며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불리한 건 감추고 유리한 것만 말하는 아전인수로 세상 사람들은 이미 '바보'가 됐고 '정치공방', '왜곡', '전 정부 탓'도 되고 말았다.


이 대표도 김포시가 이미 처리를 공언했고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의 전제가 된 건폐장 문제를 굳이 거론해서 서울시를 자극할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다.


여의도의 화법이 상대를 찌르고는 짐짓 아닌 척하는 것이 일상이라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런 정치공방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곱지 않다. 


배가 산으로 갈까봐서다.


닷새가 멀다 하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사람들이 나오는 마당에 정치인들이 툭툭 던지는 몇 마디는 언론을 통해 원색적인 비난과 비아냥으로 재생산 됐다가 여의도에서 메아리로 끝나고 만다.


김포시민들을 위한 골드라인 출근길 혼잡도 완화 대책이라며 수륙양용버스가 발표되더니 나흘 만에 서울 구간의 리버버스(고속페리)로 둔갑하고 말았다.    


출근 시간대 걸포북변역부터 김포공항역까지 골드라인 노선 맞춤형 운행으로 기대를 모았던 70번 시내버스는 기존 5대에서 8대를 추가해 배차시간을 15분에서 5분으로 당겼지만 서울 구간 도로 정체로 지하철에 비해 두 배의 시간이 걸리면서 이용객의 마음을 갑갑하게 만들고 있다.


전세버스를 더 투입하고 개화역~김포공항 버스전용차로를 신설 연장하면 어느 정도 서울 출근길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마저도 앞의 사례처럼 실제로 해봐야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단기 긴급대책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과 GTX-D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5호선만 하더라도 ‘지자체 간 노선합의’ 꼬리표가 붙어 있고 ‘이 정도로 매스컴을 탔으니 그냥 해주겠지’ 생각들을 하지만 막상 예타 면제도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노선 확정과 예타 면제 결정 없이 올해를 넘기면 또다시 몇 년 간 아무런 희망이 없다.    


그래서 시민들은 언론의 관심이 여의도로 넘어가고 골드라인이 정치인들의 말싸움 재료로 소비되고 사라지고 마는 상황을 경계한다.


정작 중요한 일이 있는데 본질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김포시민들이, 서부수도권 주민들이 정치인들의 어설픈 말장난 입방정을 꾹 참는 것도 내년 4월까지 만이다.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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