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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점에 서서 물음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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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있어 여행은 어떤 의미를 지니시나요? 휴식, 즐거움, 들뜸, 충전, 낯섦, 두려움, 미지……. 이 책을 읽으며 제게 있어 여행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제가 여행을 떠날 땐 어떤 마음을 가지고 떠나는지 곰곰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게 있어 여행은 ‘감성의 자극’인 듯합니다. 일상공간을 벗어난 들뜸이 주는 감성공간의 확대도 있지만 바로 옆에 있어도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여행 속에서는 보이더라고요. 뾰족뾰족 올라오는 봄기운 가득 담은 새싹들이 보이고, 푸르게 푸르게 펼쳐지는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구름도 보이고 늘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절들의 지붕, 그 곳에서 열심히 절을 올리는 할머니들의 무릎, 낮게 깔리는 물안개, 작은 식당안의 소소한 맛까지…….
괜히 감탄하고 괜히 감동하고 괜히 설레어하는 소녀적 감성이 자극을 톡톡히 받는 것이지요. 
 
이 책은 분명 여행에 관한 책입니다. 여행의 사고 하나는 ‘여러 겹의 시간 위를 걷다-멕시코, 과테말라’, 그 둘은 ‘여행자의 윤리를 묻다-인도, 네팔’, 그 셋은 ‘사상의 흔적을 좇다-중국, 일본’입니다. 세 권으로 이루어진 이 여행 이야기는 여행안내서나 지침서와는 전혀 다릅니다. 
 
분명 함께 책을 읽으며 여행을 떠나는데 쉽게 여행이 떠나지지 않습니다. 계속 붙드는 화두는 여행지에서의 나의 위치입니다. 나를 타자로 두고 나와 다른 곳을 다르구나, 비슷하구나, 내 생각과 들어맞는구나…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바라볼 것인지, 나의 판단구조를 멀리하고 있는 그대로 그 곳을 느끼고 감각하며 여행을 통해 되레 나를 바라보고 나를 발견하고 나를 되물을 것인지……. 여행의 시작점에 서서 작가는 계속 우리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당신은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당신은 어떻게 여행을 소화하느냐고, 길을 떠나기 전 당신과 길을 떠난 후의 당신을 보고 있느냐고…….
 
그래서 우리는 한참 후에 함께 여행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작가의 여행에 동감하고 함께 떠나는 여행은 나를 지워나감과 동시에 나를 채워갑니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라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 생활 감각을 체험하는 여행, 자신의 감각과 자기 사회의 논리를 되묻게 만드는 여행, 현지인의 목소리를 듣지만 그것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여행, 카메라를 사용하되 그 폭력성을 의식하는 여행, 마음의 장소에 다다르는 여행, 물음을 안기는 여행, 길을 잃는 여행, 친구가 생기는 여행, 세계를 평면이 아닌 깊이로 사고하는 여행, 마지막으로 자기로의 여행.
 
그렇게 멕시코의 팔랑케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마야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여러 겹의 시간 층에서 현재에 서있는 나의 시간을 바라봅니다. 산 트리스토발 데 라스카사스의 색과 소리를 담으며 이름의 유래 속에서 역사의 진행과 유럽인에게 발견되어진 대륙의 아픔과 변화를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제게는 묘하게 장자가 떠올랐습니다. 나의 가치와 나의 주장과 나의 지식이 여행지의 낯섦에서 충격을 일으키지만 나를 잣대로 그 곳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모습과 생활을 통해 다시금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다가가는 것, 그것이 걸어가면서 이루어지는 도가 아닌가 싶어진 것이지요.
 
아직 제게 있어 여행은 나를 둘러싼 황야를 거니는 일입니다. 살펴보고 느끼고 즐거워하고 알아가고 판단해가는……. 감각의 자극은 충분히 즐기지만 내 안으로 깊이 침잠해지지는 않는……. 하지만 레비스트로스의 표현처럼 내 마음 속 황야를 살피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최초의 욕구가 생깁니다. 내 경험적 말 한 마디에 여행지의 생활마저 가벼이 소비되는 여행은 아니고 싶다는 ‘여행의 사고’의 시작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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