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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대통령의 착각과 경악스런 사단장의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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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부하들을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경찰에 냈다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경악스럽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10일 오전 SNS 메신저를 통해 경찰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임 사단장은 탄원서에서 "군 작전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을 당연시해서도 안되며 채 상병의 죽음과 관련해 어떠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기 위해서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명명백백하게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특히 상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던 제 부하들이 선처받기를 희망해서"라고 탄원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 뒤의 내용들이 해괴하다 못해 기괴할 뿐더러 앞뒤 안 맞는 그의 언어도단에 그대로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는 "이 사건 처리 결과는 앞으로 한국군의 미래와 국가 안보에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겁을 준 뒤 "만일 이번에 군 작전활동에 참여한 제 부하들을 형사처벌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이들 개개인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알듯 모를듯한 말을 한다.


그리고는 군 작전활동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며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다. 경찰과 군대가 다른 점은 군대는 죽으라는 지시를 해도 따라야 하지만 경찰은 자신이 피해받는 상황에서 자기 구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듣도 보도 못한 경악스런 발언이다. 소대장부터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여단장, 사단장, 군단장, 사령관까지 대체 대한민국의 그 어느 지휘관이 부하에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을 시키거나 지시를 한다는 말인가?


초급장교부터 '나를 따르라'는 솔선수범과 진두지휘의 표어나 구호는 들어보았어도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장교나 군인은 본 적이 없다.


더욱이 '한국군의 미래와 국가 안보 영향'까지 들먹이며 경찰을 겁박하는 지점에서는 이 것이 과연 37년간 대한민국의 국록을 받아 먹고 살아온 군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이런 자가 소대장과 중대장, 대대장을 거쳐 별을 두 개나 달았으니 해병대든 국방부든 이 나라의 군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임 전 사단장은 또 사건의 원인에 대해 "포병대대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이 포병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욕에서 작전대상 지역을 자의적으로 확대한 작전 지침을 전파한 것"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탄원의 목적이 부하의 선처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구명을 위한 변명인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사건 발생 당시 수색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사실도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거나 통제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됐듯이 국방부 조사본부조차도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당시 “수변에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아야 한다.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라는 등 구체적 수색방법을 거론했고 작전 전개를 재촉했다고 밝히고 있다.


해병대수사단과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 내용이 맞다면 임 전 사단장은 현재 역사에 남을 새빨간 거짓말을 전 국민에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정부는 유독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로 내외국인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안전관리 최정점 부서인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이 현재 이번 정부의 최장수 국무위원이다.


매년 사람들이 붐비던 행사였지만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한 그 해에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했고 경질 요구가 빚발쳤지만 장관이 교체될 경우 이어질 책임 여파에 고집을 부리다가 최근 총선에서 사달이 났다.


사안이 다르지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조차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발각되자 국무총리는 물론 부총리, 안기부장, 내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법제처장, 검찰총장, 치안본부장, 서울시경국장까지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이유는 단 하나 국민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뒤로하고 김건희 여사와 해외로 떠났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제가 틀렸다.  


만약 임 전 사단장이 "병사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위험한 수중 수색은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게 맞다면 대통령의 두둔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은 현재 정 반대의 증언들로 여러차례 반박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평시다. 


침범해 들어오면 10배 100배로 갚아주는 초전박살의 실전과 같은 훈련이 기본이지만 그 훈련은 당연히 장병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병력의 손실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투훈련도 아니고 다른 이의 주검을 수색하다가 청년이 죽었다.


전시에 전투 중이거나 작전 중이었다면 이를 따질 겨를도 없었을 터다.


하지만 지금은 평시고 대한민국을 믿고 자식을 군대에 보낸 수많은 부모와 형제, 자매, 친척들이 있다.


김주열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을 때 어머니들은 "죽은 학생 책임지고 이 대통령 물러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박종철 사건이 알려지자 어머니들은 "자식을 키우는 것이 두렵다"며 거리에 나섰다.

 

국민은 지금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억울한 죽음을 만들면 누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느냐"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5년 단임제니까 한 번만 할 거니까 내 맘대로 하다가 가겠다면 사실 방법이 없다.


하지만 거짓말은 결국 사달이 난다.


거짓말에 누군가가 또 거짓말을 보태야 하고 여러 개의 씨줄과 날줄을 맞춰야 하는데 일단은 가능해 보이지만 사람의 일이란 지극히 세밀할 수가 없기에 결국 어긋나고 마는 것이다.


한 장병의 죽음에 대한 애도로 끝났을 일이 특검 이야기까지 와 버렸다.


모두가 사실을 이야기하고 오로지 진실이 드러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결국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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