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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면서도 따뜻한 젊은이들의 죽음에 관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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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불길이 건물을 뒤덮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길 속에서 사람들을 구해냅니다. 불길은 잡히지 않고 더 거세게 타오릅니다. 이제 그만 철수하라는 무전이 계속 옵니다. 더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소방관은 나가다 말고 멈칫합니다. 무언가 어른거리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불길은 더욱 거세집니다. 소방관은 어른거리는 물체를 확인하려고 더 들어가 보려 하지만 불길은 무섭게 길을 가로막고 그 만큼 두려움도 커집니다.
결국 소방관은 물체의 확인을 포기하고 거의 불길에 건물이 무너질 즈음에 빠져나옵니다.
자신의 얼굴에는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큰 화상자국이 생겼습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소방관은 상사에게 혹 건물 안에 사람이 남아있지는 않았는지 묻습니다.
혹시 자신이 사람을 두고 온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며….
며칠 후 상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그 건물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그제야 소방관은 마음을 놓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그에겐 아내도 아이도 생겼습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소방관은 부하소방관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웬 사람이 자신 앞에 서있습니다.
여기는… 제가… 죽은 건가요….
사람형태를 한 신은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소방관은 신에게 묻습니다.
자기가 살리려 한 부하소방관은 살았는지….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
 
십여 년 전에 제가 화염 속에 놓고 온 그것이 사람이었나요, 물건이었나요?
죽어서도 대단하구만…. 물건이었어….
소방관은 그 대답에 펑펑 눈물을 흘리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내가 한 생명을 버리고 도망친 것은 아닌지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평안한 얼굴로 빛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가 빛 속으로 사라지고….
신 옆에 새까맣게 그을린 꼬마아이가 서있습니다.
신이 이야기합니다.
이제…. 그를…. 용서해….
 
둘째 녀석이 주말이면 열심히 들여다보는 웹툰의 한 편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웹툰이라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녀석이 제게 꼭 보라고 권장을 합니다. 그저 흥미로운 웹툰은 아니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웹툰이라며…….
 
그리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별스럽게 잘 그린 그림도 아니고 별스럽게 문학적이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이 흔히 쓰는 문체로 거친 붓 터치로 만들어진 웹툰이었지만 한 편 한 편 보다보니 잠시 머리가 띵 해졌습니다. 
 
'죽음에 관하여'
그렇습니다. 이 웹툰은 막 죽은 사람이 자신이 처음 죽었음을 인식하게 되는 자리에서 신이라는 대상을 만납니다. 신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런 모습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신은 시니컬한 말투로 얘기나 들어보자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억울하다고 울며, 어떤 사람은 그리움을 담아, 어떤 사람은 죽음을 부정하며 자신의 이야기들을 합니다. 신은 가타부타 판단을 내리지도 않습니다. 벌을 주지도 않습니다. 몇 가지 질문이 전부입니다. 사람들은 질문과 스스로의 이야기 속에 자신을 깨달아갑니다.
 
각각 나누어진 단편이다 싶으면 어느 새 서로 연결되어 이어지는 편들이 나옵니다. 아주 새롭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신이 정말 있을까 없을까에 대한 의문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있거나 없거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벌을 받을까 안 받을까도 크게 고민되지 않습니다. 죄책감을 느끼거나 고통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깊이 있게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툭툭 건드리며 이야기들이 슬슬 넘어가버립니다. 웹툰의 장점 같기도 합니다. 
 
이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쓰고 그린 작가들이 90년, 91년생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5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나보다도 더 죽음에 대해 통찰하고 있는 젊은이들, 그 젊은이들의 죽음에 관한 시각이 신선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이 웹툰이 책으로 엮여 나왔더군요. 둘째 녀석이 소장하고 싶어 하기에 사주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의 웹툰을 찾아낼 수 있었던 녀석의 시각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청소년기의 이 작은 웹툰 한 편이 녀석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아니 고3이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녀석에게 뭔가 반짝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예상대로 녀석은 정말 좋아하더군요. 역시 울 엄마는 날 잘 알아~~~.
 
그리고 책으로 저도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에 다른 의미를 하나 더 더하면서. 행복해하던 둘째 녀석의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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