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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늘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를 즐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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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petition, 請願] (진정)법률 | 브리태니커 

불만사항을 시정하거나 이익의 허가를 요청하기 위해 일정한 개인·공무원·입법기관·법원 등에 서면으로 희망을 진술하는 것.
 
   
 
5-6년 이상을 부부 둘이서만 생활하다 얼마 전부터 따로 생활했던 아이들과 합치고 나니 일이 두 세배로 늘어난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내 시간도 줄어들고 취미 생활도 약간의 제약을 받게 된다. 가사노동이란 것이 하루라도 안하고 지나면 집안이 개판(?) 이 되곤 하니까 말이다.
 
   
 
어제는 실로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봤다. 아니 일요일 밤에 딸아이랑 국내 영화 ‘완득이’ 도 봤으니까 연이어 본 셈이긴 하다. 완성도에서 15% 정도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영화 ‘완득이’도 그 닥 나쁘진 않았었다.
 
그런데 왜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그만큼 영화 ‘청원’ 이 주는 감동이 워낙에 커서였을지도 모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이 되었던 인도 영화 ‘청원’. 하지만 국내 개봉관에선 그 닥 주목을 해주지 않았는지 상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 집에서 12킬로 이상 떨어져 있는 파주 출판단지 내에 있는 예술종합영화관 ‘이채’까지 원정을 가서 그것도 관객이라곤 친구처럼 지내는 직장상사와 딱 두 명이서 커다란 영화관을 전세내서 보고 왔다.
 
이렇게 감동이 큰 영화를 외면하다니 안타까웠다. ‘슬럼 독 밀리어내어’ ‘블랙’ ‘세 얼간이’ 등 내가 본 인도영화들이 하나 같이 큰 감동을 준 덕에 이제 인도영화가 상영되면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한다.
 
   
 
배우들의 마스크도 시원시원하고 화려한 의상과 영화 속 배경도 아름다워서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여건이 허락된다면 꼭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곳을 촬영지로 선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의 촬영장소라는 ‘고아’ 라는 지방도 감독이 의도했던 대로 포르투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즈넉한 동네로 느껴진다.
 
영화는 이 세계의 최고의 마술가란 호칭을 받은 이튼이 마술을 행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환자가 되고 이튼 옆에는 출 퇴근을 하면서 간호하는 괴팍하고 못된 화가 남편을 둔 매력적인 간호사 소피아가 있다. 12년 넘게 병간호를 하는 소피아의 능숙한 모습, 전신마비 환자를 다루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항상 밝고 명랑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이튼을 대한다.
 
이튼은 병석에 누워서도 평소 유명세를 탔었던 까닭에 출장PD와 소피아의 도움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로 전신마비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면서 그들이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인데 청취자들의 전화도 받으면서 그들과 상담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2년 이상을 누워 지내면서 몸이 호전된다는 기약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튼은 괴로워서 안락사를 생각해본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며 지내지만 정작 본인 자신은 고통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만 드니 이런 아이러니라니~
 
갈등의 나날을 보내던 중 이튼은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여자 친구 변호사를 설득해 법원에 청원서를 낸다. 주위에서 만류를 해보지만 이튼의 단호한 생각을 그 누구도 바꿀 순 없다. 소피아 역시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프지만 이튼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그를 육체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어 한다.
 
한편 바빠서 그만 둔 방송국 PD를 대신해 다른 PD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 친구는 PD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마술가인 이튼한테 마술을 배우러 온 청년이다. 모두를 속이고 집안에 들어왔지만 이튼은 이 청년을 내치지는 않는다. 도리어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마술의 모든 팁이 들어있는 두꺼운 책을 이 청년한테 선물하면서 열심히 익히고 공부하라고 말한다.
 
   
 
이튼이 법원에 청원한 안락사 문제로 인도 전체의 여론이 시끄러워진다. 판사 또한 판결을 쉽게 내리기에는 사안이 매우 중요하기에 여러 공론을 만들어 내는데 이튼이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사랑하는 어머니(밤무대 가수)도 돌아가신다.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어머니를 이튼이 어린 시절 관객들에게 야유를 받아 슬퍼하는 어머니에게 동전을 가지고 마술을 선보여 어머니를 처음으로 웃게 만들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일. 그 건 실로 놀라운 기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신분을 속이고 최고의 마술을 배우러 왔던 청년의 아버지가 시기심으로 인해 이튼이 공중부양 마술을 할 때 마술의 1인자 자리를 늘 이튼으로 인해 놓치고 2인자 자리에 머물러 열등감에 시달려 다른 사람을 시켜 줄을 칼로 끊어버려 자기 몸을 불구로 만든, 엄청난 일을 벌인 친구의 아들임을 눈치체고도 내치지 않았던 이유도 그 청년의 익살스러움에 자신 또한 잃어 버렸던 웃음을 다시 찾게 되어 고마움으로 최고의 마술 기법과 귀한 책을 선물했던 것이다.
 
단지 자신에게 웃음을 웃게 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용서할 수 있다니 참으로 웃음은 위대하단 생각을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 웃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란 말도 그래서 있나보다.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은 장사할 자격이 없다는 말도 있고 말이다.
 
이 영화는 주제를 안락사로 봐야 할지 아니면 진정한 사랑은 육체의 사랑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주제인지, 또한 용서를 말하는 영화인지 여러 가지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더불어 영화에 흐르는 음악들 또한 낯설지 않고 귀에 익은 곡들로 귀까지 호강하게 만드는 영화다. 불편한 장면이 하나도 없는, 아름다운 배경과 내시야가 맑아질 정도로 잘생기고 아름다운 미녀가 나오는 영화, 법원에선 기각됐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안락사를 실행하기 전 아름답게 장식한 이튼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은 예고 없이 찾아 든 다른 죽음들과는 달리 한마당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 소피아에 안겨 죽음을 맞는 그의 모습은 이 세상 그 어느 누구의 죽음보다 거룩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서양 사람들이 즐겨 쓰는 ‘메멘토 모리’ 란 말도 떠올랐다. 늘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다. 불치병과 희귀병에 걸려 고생하는 이들과 가족들. 그들의 인격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든 생각이다.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제는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종교적 차원에서만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물론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영화 ‘청원’ 부모님과 자녀들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꼭 감상하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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