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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영화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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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시에 대한 나의 생각은 ‘호수 위 물방울 같은 것’이었다. 잔잔한 호숫가 위에 물방울 하나가 톡하고 떨어지면, 곧 동그라미를 그리며 호수가 울려 퍼진다. 이렇듯 그 전까지 시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매우 청초하고, 깨끗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라는 영화에선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 초반은 내가 연상한 장면과 비슷한 잔잔한 시냇물 장면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이슬이 청초함, 순수함이었다면 영화에 나온 시냇물에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여자아이의 시체였다. 깨끗하고 순수한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에서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연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멈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 어쩌면 결국 둘은 겉모습만 다를 뿐이지 ‘아름다움’이라는 본질적 요소는 같았기 때문 아닐까?

결국 작가는 이 영화에서 시체라는 어두운 현실을 통해 본질적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시’가 아무리 화려한 기교와 필체를 휘갈긴다 해도 작가의 진심이 없으면 아름답지 못 한 것처럼, 비록 어둡고 추악한 현실이라도 그 속의 희망이라는 아름다움을 알길 바란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 ‘시’는 어두운 현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한 여자아이와 가해자 할머니가 함께 호수가 되는 마지막 장면으로 독자에게 현실의 이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영화 제목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만든다.

나는 이로 인해 여태껏 그저 순수하고 깨끗하게만 본 ‘시’에 대해 새로운 느낌을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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