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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소소의 마지막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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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金庸)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아마도 무협소설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홍콩 신문인 명보(明報)의 사주이기도 하고 신필(神筆)이라고 불리는 무협소설의 대가입니다.

그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는 홍콩 및 대만에서 반복해서 드라마화 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명작입니다. 우리 춘향전이 계속 드라마화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10대 때 처음으로 이 소설을 읽고 그 재미에 푹 빠졌고 20대 때는 거의 50편에 달하는 비디오를 보느라 며칠을 새우다시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예쁜 여자를 믿지 말라

의천도룡기의 주인공은 장무기입니다. 장무기의 아버지는 무림의 정파(正派) 무당파의 고수인 장취산이고 엄마는 사파(邪派)인 매교파의 교주 딸인 은소소입니다. 열렬히 사랑한 이들은 정치적 입지를 떠나 결혼을 해 장무기라는 아들을 두게 된거죠.

그런데 당대 최고의 무기인 도룡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행방을 찾으려 무림 정파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장무기의 부모를 공격합니다. 명분은 사파의 딸과 결혼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저자는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의 이중성에 대해서 신랄하게 들춰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어찌됐든지 간에 무당파를 제외한 정파연합의 압박으로 장무기 아버지는 엄마의 악행을 뒤집어 쓰고 자결했고 엄마 은소소도 따라서 자결을 하게 됩니다. 이때 은소소가 장무기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게 됩니다. “예쁜 여자를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이 무슨 생뚱맞은 얘기입니까? 당연히 ‘엄마, 아빠의 복수를 꼭 해달라’ 이게 정답 아닙니까? 그런데도 예쁜 여자를 절대 믿지 말라니, 그것도 당대 최고의 미인인 은소소가 아들에게 남긴 유언이 말입니다. 책을 끝까지 봐도 그냥 예쁜 여자에게 혹하지 말라 정도로 이해했지만 사실  뭔가 미진한 것 같았습니다.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을 조심하라

그러다 나이가 들어 우연히 케이블 티브이에서 다시 방송하는 의천도룡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수 차례에 거쳐 재 제작되었기 때문에 주인공만 계속 바뀌어 가면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의문을 품었던 그 장면이 방송이 되어서 은소소 입장에서 그 상황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단 한마디의 말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당대의 영웅인 장취산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자기의 미모에 빠져 대의를 그르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아들만은 사랑하게 될 여자, 또는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믿음에 함정이 있다고 죽음 앞에서 깨달은 서러운 진실을 아들에게 얘기한 것입니다. 그것도 귓속말로… 그 귓속말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 줬다고 믿은 무림정파 사람들은 장무기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주인공이 그들에게 시달리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죠.

여하튼 장무기 입장에서는 엄마의 ‘예쁜 여자를 믿지 말라’는 유언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정보이기는 했습니다. 은소소 예상대로 많은 여인이 장무기를 유혹했고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잘 극복했으니 말입니다.


투자 Tip

알렉산더 엘더 책 『나의 트레이딩 룸으로 오라』를 보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말은 “시장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입니다. 그렇습니다. 시장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이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것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잘 알거나 믿는 주식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보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잘 모르는 주식은 조심스러워 손실을 봐도 금방 손절매를 합니다. 그런데 잘 안다고 생각하는 주식에 몰빵(?)을 했다가 큰 낭패를 보게 되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어떤 일도 있을 수 있고 자기가 제일 믿는 주식에게 제일 크게 실망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은소소는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제일 믿는 것을 의심하라” 참 까칠한 지혜입니다.


*본 자료는 투자를 유도할 목적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참고가 되는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의 최종결정은 투자자 자신의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상기의 시황에 대한 전망이나 예측은 실제 실적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기온창은 신한금융투자 IPS본부 투자자문부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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