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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새해에는 바라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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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의 증거가 '바로 이 세상'이란 말이 있다. 


신이 존재하는데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울 수가 없으니 그것이 신이 없다는 증거라는 말이다. 


냉소주의적 반어법이겠지만 저 말대로만 보자면 신은 선보다는 악에 가깝고 질서보다는 혼돈 그 자체일 수도 있다. 


20세기하고도 23년이나 지난 오늘까지도 힘 없는 노인과 여성과 아이들이 생지옥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신은 정녕 인간의 절규에 귀 막은 새디스트란 말인가. 


그런데 세상의 온갖 갈등과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고 만들고 불러일으키는 그룹이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의 정치다.


우리는 숨도 못 쉬는 전철에 몸을 우겨넣고 시간에 쫓겨 발을 동동 구르며 출근을 한다.


종일 동료와 상사와 거래처와 일에 치이고 치이다 겨우 집에 도착하면 파김치도 이런 파김치가 없다.


소파에 잠깐 앉는다는 것이 저녁도 잊은 채 잠들기가 일수고 새벽이면 다시 루틴으로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바쁜 우리를 대신해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하라고 맡겨놓은 게 지금의 대의민주주의인데 이게 영 아니올시다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비난하고 비웃고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에 정신이 없다.


길바닥을 온통 혐오로 가득 채우는 정당현수막을 보거나 거의 욕설에 가까운 단어를 구사하는 정치인들을 볼 때면 정말 머릿속 구조가 궁금할 정도다.


정치가 국민을 시민을 대신해서 논의하고 토론해서 좋든 싫든 결정을 내리고 그것도 안 되면 표결해서 정하면 그뿐인 것을 그 과정이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 갈등과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기에 바쁘다.


단순히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공격을 넘어 혐오를 조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에 대한 공격인데 핵심 내용에 대한 반박이 어려우면 "옷은 왜 저렇게 입었나?", "말투는 왜 저런가?" 하는 식으로 저차원적인 공격을 하는데 그게 또 먹힌다고 생각을 하니 멈추지를 않는다.  


그리고 더 가관인 것은 툭하면 모든 사안을 찬성과 반대로 툭 잘라서 내 주장과 다르면 적이고 국민도 아닌 것처럼 대하는 풍토가 굳혀지고 있다. 


최근 어떤 정치인은 "메가시티 반대는 매국"이라고 했는데 전형적인 국민 갈라치기다.


극단의 정치인을 계속 용인하면 정치도 사회도 극단으로 흐르고 만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야 의원들을 만나보면 자기 주장 보다는 상대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때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얘기도 있다.


또 여당이든 야당이든 위기(?)만 생기면 외부에서 사람을 모셔와 위원회를 꾸리고 변화를 외치는데 무슨 위기가 천날만날 꼭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지 모를 일이다.

 

국민의 삶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거가 위기이기 때문이다.  


대체 대한민국에서 지력이든 학력이든 교양이든 명성이든 판단력이든 내로라 하는 300여 명의 현직 국회의원이 있는데도 그 중에 상황을 정리할 사람 한 명이 없는 무리들에게 우리 국민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들어갔다가 혀를 내두르고 뛰쳐 나오는 곳이 정치판이라면 가장 좋은 개혁은 역시나 물갈이다. 


고인물은 고인물일 뿐이고 정치를 하겠다는 신선한 동량이 쌓여 있으니 최대한 고르고 골라 갈아주면 그뿐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일 뿐이고 최대한 오래 못하게 하는 게 그나마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방법이다.   


삼김시대 이후 믿을 만한 정치 지도자나 대통령감이 없다는 탄식이 많다. 


목사님 신부님 스님 랍비 종교인을 뽑는 게 아니라 우리들 삶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논의하고 미시적으로 풀어낼 현실 정치인들이 필요할진데 얻어맞고 터지고 죽음의 고비들을 넘기면서까지도 끝까지 정치를 버리지 않고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믿고 따르고 싶은 권위주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일 수도 있지만 현재 정치를 하거나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작과 과정과 종국은 어떠해야 되는지 정치는 왜 하는 거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봤으면 한다.    


그리고 삼김시대의 정치인들에게는 일종의 매너요 불문율이 있었다. 


기자가 아무리 물어도 상대당의 일에는 발언을 삼갔다.


"잘 되길 바란다"거나 "그건 내가 할 얘기가 아니다"하고 넘어갔다.


지금처럼 상대당과 상대당 사람들은 물론 그의 가족에 사돈에 팔촌까지 시시콜콜을 따지고 논평하며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와 엔트로피를 높이지 않았다.


그러니 새해에는 부디 바라건데 자기 얘기만 하기를. 


남 얘기 안 하기. 남 지적 안 하기.  


아무리 입이 근질거려도 일 년만 해보자.


남의 눈의 티끌보다 내 눈의 대들보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거다.


물론 국민의 칭찬과 박수는 덤이다.

 

 

최구길 김포인뉴스 발행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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