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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스무 살의 나에게 손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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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삼분의 일 정도
 
넘쳐나는 감성과 풍부한 표현, 세세한 묘사로 지중해 프로방스의 햇빛과 바람과 공기를 함께 들떠서 넘어갑니다.
 
다음 삼분의 일 정도
 
넘쳐나는 감성과 풍부한 표현, 세세한 묘사로 작가의 발산되는 감정에 길을 잃고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삼분의 일 정도
 
넘쳐나는 감성과 풍부한 표현, 세세한 묘사로 마음이 가라앉으며 던져진 작가의 감정을 추스르고 다독거리며 책장을 덮습니다.
 
책장을 덮고 한동안 충격의 여파가 저를 계속해서 건드립니다.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묻혀 버리고 싶은 욕구…. 보지 못한 프로방스가 그립기까지 했던 책 내용은 사라지고 이미 지나간 제 청춘의 아픔이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했던 나의 이십대. 함께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했던 나의 이십대. 순수하면서도 순수만을 꿈꾸던 나의 이십대. 청춘을 청춘인줄 모르고 그 젊음을 사랑하지 못했던 나의 이십대.
 
아프고 음울한 스무 살의 나에게 손을 내밉니다. 힘들고 무거운 스물너댓 살의 나에게 손을 내밉니다. 울어대는 아기를 어쩔 줄 몰라 허둥대며 결국 함께 울어버린 스물일곱의 나에게 손을 내밉니다.
 
기억은 밝고 맑고 즐거운 나만을 간직하려하지만 그 이면에 그늘진 나는 샴쌍둥이처럼 붙어있었습니다. 그 샴쌍둥이 한 쪽이 행복의 충격 속에 둥둥 떠다닙니다. 
 
이제야 그에게 고개 끄덕거려줍니다.
 
그랬었구나.
 
아팠었구나.
 
힘들었구나.
 
서러웠구나.
 
치유가 일어납니다. 나의 그늘이 밝아지고 붙어있던 샴쌍둥이가 떠나갑니다. 저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밝은 햇빛으로 나옵니다. 다시 기운이 납니다.
 
참 희한하지 않습니까? 책의 어느 부분이 저 깊이 숨어있던 아픔을 건드린 것일까요? 제게는 아픔을 건드렸지만 다른 이들에겐 또 어떤 부분을 건드려줄까요? 책의 내용도 작가의 의도도 상관없이 말입니다.
 
아마도 저는 그 청춘의 시절에 과감히 프로방스를 향해, 지중해를 향해 내달릴 수 있었던 작가가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제 마음 속에 그렇게 내달리고 싶은 욕구가 강력하게 있었나 봅니다. 그 강력한 욕구가 지금도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싶은가 봅니다.
그 시절처럼 여전히 지금도 내달리지 못하겠지요. 시간이 또 얼마만큼 지나 지금 시절의 묻어두었던 아픔이 되새겨질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내달리지 못하더라도 그러한 나를 아파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해가는 법을 알고 있기에 잘 다독거리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여름을 보내고 마음이 가라앉는 볕바른 가을 오후, 다시 꼭 다시 읽어볼 책입니다. 읽을 때마다 다시 보일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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