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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간판은 가게의 얼굴, 바닥 경기의 온도계죠" 안남중 이레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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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돈가스 가게 간판을 해드렸는데 저보고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왜 그러시나 물으니까 간판을 너무 예쁘게 해줘서 매장이 잘 될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죠.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때 장사가 안되면 정말 어려울 뻔한 상황이셨더라고요. 지금도 손님이 많다는데 그만한 보람이 없습니다."


안남중(47) 대표는 14년 전 김포시 장기동 이른바 '장기동 먹자골목' 끄트머리에 이레디자인을 창업하고 현재 경기 서부와 인천 일대에 간판과 현수막, 광고 사인물을 전문 공급하고 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오히려 간판 업체들이 돈을 더 잘 벌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가게를 차리면 보증금, 임대료를 내고 인테리어가 끝난 뒤 제일 마지막 자금으로 간판을 하는데 그 비용을 줄이려고 하시죠. 지난해 11월부터 경기가 워낙 안 좋아졌고 원자재와 인건비도 최근 몇년 사이에 거의 50%나 올랐어요. 하지만 고객님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간판을 공급합니다."


안 대표는 간판업을 하면서 안타까운 상황들도 많이 만났다. 수많은 가게, 식당, 매장, 사무실의 간판과 홍보물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상권이나 업장 분석이 되는 것이다.


"저희야 간판만 해드리면 되니까 웬만해서는 잘 안 나서는데 어떤 분이 일반 갈빗집을 하시겠다고 간판을 물어보러 오셨어요. 하지만 그 일대는 일인 가구가 많이 사는 원룸 단지거든요. 위치는 구석에다가 가게 크기도 크고 주차장은 없고. 어머니 같은 분이셔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좀 특색이 없으면 어렵지 않겠나 하고 걱정을 말씀드렸지만 결국 한 5개월 만에 문을 닫으시더라고요. 그럴 땐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안 대표는 “특히 식당 하시는 분들의 경우 우리 음식은 특별하게 맛있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주변의 식당들을 보면 특별하게 맛없는 집도 없다”며 “음식 맛은 기본이고 다른 식당들과 비교해서 정말 차별점이 있거나 의외로 넓은 주차장이 승패를 많이 가른다”고 귀뜸했다.


"가게를 열고 아무리 어려워도 보통 6개월은 버팁니다. 그나마 6개월 만에 문 닫는 데는 그래도 상황 파악을 빨리한 겁니다. 문제는 1년, 2년 마지못해 가겟세만 내다가 나오는 경우에요. 큰돈을 들여서 하시는 만큼 반드시 주변 식당, 매장, 부동산을 돌며 묻고 또 물어봐야 합니다. 반면 신도시 상권에서 2년 이상 버틴 가게면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셔도 맛집입니다. 기본적으로 맛이 있는 집이죠."


안 대표는 지금도 간판과 홍보물의 시안을 직접 잡는다. 일반 업체들은 직원을 시키거나 외주를 맡기는 게 보통이지만 "수정도 빨리 안 되고 신속, 정확하지 않아서" 대표가 직접 디자인하는 게 이레디자인의 강점으로 자리잡았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간판쟁이로 살고 있는 안남중 대표는 "서울도, 애들 학교도 집에서 가까워 김포만큼 좋은 곳이 또 없다"며 "경기가 다시 좋아져서 걱정 없이 모두들 돈 많이 버시는 게 올해 제일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가게를 잘 되게끔 해주는 게 간판이에요. 가게의 얼굴이고 바닥 경기를 바로 알 수 있는 온도계죠. 그래서 간판쟁이는 보람과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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