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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 과수원 길 협동조합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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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방식의 마을기업은 동네사람들이 힘을 합쳐 끝까지 함께 가는 형태입니다.”

과수원길 협동조합 윤효경 대표의 발언이 녹색김포 청소년 실천단 학생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 마지막 주말, 녹색청소년 실천단 학생들이 하성면으로 향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과수원길’ 탐방 길에 나선 것이다.

 
버스 안에서 학생들과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전 교육을 겸한 브리핑 시간이다. 중간고사 시즌을 앞두고 늦잠자기 쉬운 주말 아침에 탐방에 나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주어진 시간들이 소중히 여겨진다.
 
“의제를 아나요? 리우 선언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배포해준 자료를 바탕으로 버스 안에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들은 미성년이 아닙니다. 미래를 엮어나갈 주역이자 현 시대를 구성하는 당당한 한 축입니다. 우리말로 ‘협치’라고도 하는 거버넌스의 뜻을 아세요? 수직적 권위주의 방식이 아닌 수평적 상호작용의 공동체 운영방식을 말하는 겁니다. 이것을 가장 잘 구현한 시스템이 협동조합 방식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찾아가는 과수원길 협동조합은 이러한 것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현장이 될 것입니다.”
 
말을 나누고 있는 사이 어느새 현장에 도착했다. 윤효경 대표님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다. ‘과수원길’은 마을기업이면서 협동조합이기도 하다. 윤효경 님 부부가 친환경 농법으로 10여 년간 운영해오던 엘덴농원이 그 모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운영해오던 농장을 이웃에게 개방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장을 둘러보면 시설 면에서 아직은 많이 어설픈 모습이다. 여기저기 시설을 보수하고 준비 중인 장면이 눈에 띤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이러한 모습들이 하나도 어설프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친숙하고 정겹기만 하다. 고향마을에 안긴 심정이다. 윤효경 님이 과수원길 마을기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마을 분들을 소개시켜 주셨다. 
 
   
 
곧이어 쑥의 효능에 대한 설명, 쑥개떡 만들기, 그리고 양파즙을 이용한 천연염색 실습 프로그램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교차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늘 따라 나오는 이야기가 단군신화이다. 버스 안에서도 미리 설명한 내용인데 현장에서도 마을 분들에 의해 어김없이 다시 거론된다. 쑥의 역사가 바로 우리 민족의 역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현장에서도 쑥은 생명력을 유지했다는 설명도 따라 나온다. 학생들이 맨손으로 쑥개떡을 만들면서 쑥과 교감을 나눈다.  
 
   
 
다른 쪽에서는 천연염색 실습이 진행되었다. 손수건에 노란 색과 초록색을 취향에 따라 물들여나간다. 여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앉아 염색을 하는 시간에도 수다를 떨기에 정신없다.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친구와 학교 이야기일 듯싶다. 두 명만 모여도 대화가 풍성한 여성들의 끼가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반면에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무뚝뚝하다. 쑥개떡을 빚고 손수건을 염색하면서 침묵의 미를 학습하는 듯하다.
 
“닭이 무서워요.”
배밭 과수원으로 쑥 캐러 올라가는 길에 맞닥뜨린 닭장에서 한 여학생이 소리친다. 그러면서도 방금 세상으로 나온 달걀을 보고 싶다며 쭈뼛 쭈뼛 다가선다. 치킨 요리는 많이 먹어 보았을 테지만 정작 닭장안의 닭은 처음 보는 듯싶다. 수탉을 보며 멋있어 보인단다.
 
“쑥이 어떻게 생겼어요?” 
“응, 뒷면이 하얀 풀잎을 고르면 돼.”
학생들이 쑥을 모른다고 하며 도움을 청하자 윤효경 님이 간명하게 설명을 한다. 처음엔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여기저기 흩어져 쑥을 캐기 시작한다. 집에 가져갈 거라며 마냥 신기해한다. 아직 꽃을 못 피운 배나무들이 그 위에서 그늘을 드리워주며 빙긋 웃는다. 
 
“피자에 비해 맛이 어떻니?”
“맛있는데요. 부모님께 갖다 드릴 거예요.”
쑥을 캐고 내려오니 아까 자신들이 만들어 맡겨두었던 쑥개떡이 익었다. 한쪽씩 맛보는데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학생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니 저마다 쑥개떡과 천연염색 손수건, 그리고 쑥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기념촬영을 하고 그 모습 그대로 다시 귀환길 차에 올랐다. 차안에서 소감을 정리하는 설문지 작성시간에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밝은 표정들이다. 
 
차안에서 다시 복습을 겸한 정리 강의를 진행했다.
“함께 힘을 모아 다스려 나가는 방식을 뭐라 하지?” “협치요.” 
“영어로는 그것을 뭐라 하지?” “거버넌스요.”
“마을단위로 모여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뭐라 하지?” “마을기업요.”
“마을기업을 조합을 만들어 함께 협력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협동조합요.”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니 대답이 쑥쑥 튀어나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러분들은 미성년자라는 불완전한 자기규정의 용어를 극복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하여 이 사회를 기성세대 못지않게 떠받치고 나아갈 당당한 주체입니다. 오늘 집에 가서 부모님께 거버넌스에 대해 설명 드리고 우리 가족도 앞으로 거버넌스 방식으로 운영해나가자고 건의해보세요.”
 
여기저기서 알았다며 이에 호응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과수원길’을 돌아 나오는 마음들이 신바람으로 잔뜩 부풀어 있다. 마음속에서 과수원길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학생들이야 이 노래를 모를 사람도 많고 안다고 해도 감흥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 아련한 고향의 추억이 깃들어있는 나 같은 또래에게 과수원길 노래는 남다르다. 과수원길은 고향의 길이다. 동구 밖 과수원길은 고향으로 뻗어있는 길이다. 언덕 여기저기, 논두렁 밭두렁 사이로 쑥쑥 자라나는 쑥풀들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협동조합의 길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녹색 청소년들 마음속에 자라나는 협동조합의 쑥풀들을 한 움큼 뜯어왔다. 그 쑥풀들이 쑥개떡이 되어 시민들 마음속 공동체 양식으로 풍성하게 익어가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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