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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자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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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사 대표를하는 옛 동료와 점심을 먹은 후 여의도 공원에서 한가롭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급하게 전화벨이 울리자 그 자문사 대표의 언성이 갑자기 높아지며 이렇게 저렇게 업무지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저를 보고 얘기 했습니다. “요즘 매니저를 하는 젊은 친구들은 너무 급해!” 라면서 “종목에 대해서 조금만 이상한 얘기를 들으면 우선 내 팽개치고 본다”고 하더군요. 가지고 있던 종목이 급락하는데 그 이유가 몇몇 운용사에서 많이 판다는 겁니다. 이유는 분기실적이 예상보다 안 나왔다는 거였죠. 소위 ‘어닝 쇼크’라는 이유였습니다.
 
버펫이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 세가지
 
워렌 버펫은 매도하는데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로 회사의 내용이 나빠져서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입니다. 둘째는 매도한 자금으로 더 좋은 종목에 투자할 수 있을 경우 입니다. 셋째는 실수했다고 판단할 때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적용한다면 자신이 어떤 종목을 어떤 목적 하에 샀는지를 알아야 가능한 원칙들입니다. 즉 내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기자가 버펫에게  종목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하자 기업들의  영업보고서를 읽는 것에서 찾는다고 했답니다. 그러자 기자는 “시장에 상장된 종목이 2만7천개나  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자 “그래서 저는 이름이 A로 시작하는 회사부터 살피지요” 했다지요.  역시 위대한 투자가는 부지런 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종목을 사더라도 충분히 그 이유를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그저 추천종목이니까 아니면 유행이니까라는 이유로 주식을 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는 이유가 명확하면 파는 이유도 보여
 
피터린치도 자신이 주식을 사기 전에 왜 이 주식을 사는지 혼자 중얼거린다고 자신의 저서에 쓰고 있습니다. 주식을 사는 원인을 분명히 안 후에야 제대로 팔 수 있는 거죠. 이처럼 위대한 투자가들에게 공통점이 있는것 같습니다.  살 때 이유가 분명하니 파는 이유도 분명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일시적인 기업실적의 등락으로 주식을 사거나 파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일시적인 충동이나 시장의 유행, 주위의 추천만 믿고 주식을 사거나 팔았다면 이는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면 특별한 이유 없이 산 주식이므로 별 이유 없이 팔게 된다는 것이죠.  이를 위에서 말씀 드린 그 자문사 대표는 “자기 돈이면 그렇게 하겠냐?”며 흥분했습니다. 즉 주식에 대한 별 고민없이 샀으니 그렇게 쉽게 팔아버린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종목의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움직이고 그 리스크를 온전히 감내하기란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시장변동에 따라 매매한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면 그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최근 펀드나 Wrap의 수익률이 회전률과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을 보면 시장 변화에 따라 열심히 매매했다고 해도 수익률 향상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투자 Tip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이 <내인생의 질문은 무엇인가>에서 ‘Splendor in the grass’라는 팝송얘기를 썼습니다. 위에 간단히 가사의 끝부분만 썼습니다만 한번 찾아서 들어보시죠. 알만한 멜로디일 겁니다. 여기서 박웅현은 “인생이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이 어떻게 하면 자동차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잔디가 자라는 속도로 살 수 있을까” 라고 했습니다. 이는 온전히 인생의 한순간 순간들을 모두 느끼고자 하는 간절함일 것입니다.  시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무섭게 변해가는 속도만을 본 사람들은 그 속도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대가들을 보면 오히려 한 종목 한 종목에 집중할 때 시장 전체가 보이는가 봅니다. 결국에는 종목하나하나의 실적이 모여 시장전체의 실적이 되고 잔디가 자라는 소리가 모여 인생이라는 교향곡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본 자료는 투자를 유도할 목적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참고가 되는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의 최종결정은 투자자 자신의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상기의 시황에 대한 전망이나 예측은 실제 실적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기온창은 신한금융투자 IPS본부 투자자문부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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