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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필요없는 예산들 올리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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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은 센 반면에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시장이 있었다. 그런데 한 번은 간부들 앞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아니, 필요없는 예산들 올리신 겁니까? 근데 왜들 가만히 있어요? 여하튼 이번에 예산 못 살려내는 부서는 알아서들 하세요!"


의회 상임위에서 예산안 심의를 하는데 담당 부서장이 제대로 설명을 못하거나 사전 설명도 없이 올라왔던 사업 예산들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예결위가 열리기 전이라도 직접 찾아가 읍소를 하든 동서남북 아는 지인을 총동원해 부탁을 하든 자기 부서의 예산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해야 하는데 '안 해줄 거 같은데 뭐하라 힘 빼나', '그러든가 말든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복지부동하자 경고를 날린 것이다.


당시 시장도 화가 날 법한 것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결재를 받아간 과장들이 막상 의회 상황을 먼 산 불 구경하듯 하고 오히려 시장이 예결위에 초치(?) 돼 예산 부활과 선처를 읍소하는 일이 반복 됐기 때문이다. 


여하튼 시장의 이례적인 경고에 놀란 국과장들이 뒤늦게 뛰어다니며 읍소작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전 설명 때 10이면 될 노력을 막판에 120을 쏟아붇는다고 뒤집기가 쉬울까. 


김포시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김포시의회의 심의와 의결이 끝났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꼼꼼한 심사로 꽤 큰 규모의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가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집행부의 추경안을 최대한 수용해줬다. 개별 사업들의 문제점이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풀리면서 기대할 수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의회 출입 기자들이 가장 놀랐던 부분은 부서의 사전설명이었다. 의석수가 7대 7인 상황에서 사업 예산이 통과되기 위해선 야당 의원을 상대로 한 설명과 설득이 절대적이다. 


여당 의원들은 "부서들이 이미 다 설명한 내용"이라고 했지만 상당수의 야당 의원들은 "처음 보는 사업"이라거나 "이런 큰 예산을 어떻게 사전 설명도 없이 올리나"라고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추경안이든 사업안이든 설명을 위해 방문하려고 했는데도 계속 거부했다면 듣지도 않고 기회도 안 준 옹졸한 야당 의원의 잘못이다. 하지만 예산을 달라면서 제대로 된 세부 내역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전설명도 없거나 부실했다면 명백히 부서의 잘못이다. 


특히 모 부서의 경우 시청 직원들조차도 "자료 제출을 못하면 못하는 사유라도 가서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냥 뭉개는 것은 처음 봤다"며 "사업을 안 하겠다는 거"라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였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하듯 시장이 의회의 보고를 막거나 소통을 하지 말라고 한 바가 없다고 수차례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서장들이 가릴 거 빼고서라도 시의원들에게 요구 자료를 안 보내거나 사전 설명도 안 할 경우 더 이상 책임을 야당에게 미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선 8기는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고 할 일도 해야 할 사업도 많고 철도망 추가 확충 등 중요한 일정들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그 만큼 시의회와의 협의와 협치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자기 부서의 사업과 사업 예산을 책임지지 못하는 부서장은 문제가 있다. 또한 의회와 집행부의 소통을 가로 막고 양쪽의 갈등구조를 강화하거나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는 상황을 만드는 일도 더는 안 된다.      


김종혁 의원은 "공부를 안 한다. 처절하질 않다. 예산을 타려면 책임을 가지고 밤을 새더라도 의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그냥 다 통과시켜주겠지' 그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며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집행부와 공직자들을 철저하게 감싸주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마저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좀 그만 오라"고 할 때까지 찾아가고 줘야할 자료는 주고 해야할 설명은 하는 것이 상식이다. 두드리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문이 열리길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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