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특집] 얼굴바위와 돌게장 백반이 반기는 섬, 연평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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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평도 얼굴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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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데일리=최구길] 인천광역시와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는 수년에 걸쳐 서해 섬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섬 관광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걷고 낚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섬은 새와 식생, 지질, 지리, 생태, 자연, 기후는 물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문, 사회,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상황까지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는 그동안 기초, 심화, 전문가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90여 명의 나이대별 섬 탐방 가이드를 양성했다. 노형래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소장과 가이드 양성과정 전문가반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는 식생, 조류, 생태 교육 분야 베테랑 선생님들과 1박2일 연평도 생태기행을 함께 했다.<편집자주>
#소연평도는 스쳐가는 곳?
아침 8시 배를 타기 위해 부지런을 떨며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노 소장은 5일간의 제주 비앙도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인천으로 온 상태였다.
연평도 일정이 끝나면 다시 문갑도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하도 일정이 많아서 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일행이 속속 모이고 김석영 팀장의 안내로 배에 탑승했다.
다행히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1시간 30분 만에 소연평도에 도착했다.
소연평도는 대연평도에서 5km 남쪽에 있다.
면적은 1km²로 대연평도의 6분의 1 정도 크기다.
소연평도 행정지원센터에 모인 일행을 맞이한 분은 박재봉(1961년 생) 소연평리 총무님이었다.
당초 안내를 부탁한 행정지원센터장에게 급한 일이 생겨 대신 일행의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출발합시다.”
소연평도에서의 첫 일정은 얼굴바위.
하지만 몇 걸음 못 가고 일행의 발길과 눈길을 빼앗아 버린 꽃이 있었다.
“아니 이게 이렇게나 큰 꽃이었어요?”
“그러게요. 그리고 향이 어쩜 이렇게도 진하냐.”
옹진군의 군화(郡花) 해당화였다.
“찔레꽃도 엄청 크고 향이 진하네요.”
숨 쉴 때마다 해당화와 찔레꽃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일행은 뭍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꽃의 향기와 나무의 크기에 연신 놀라워 했다.
“그만 가야해요.”
일행 중 누군가 길을 재촉했다.
조금 더 언덕을 오르니 오른쪽으로 갈매기섬인 가마귀염이 나타났다.
노 소장은 “연평도는 서해의 대표적인 갈매기섬으로 소연평 대연평 할 것 없이 갈매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체수가 줄고 있다.
“예전엔 7,000마리 정도가 찾아왔는데 최근에는 2,500마리 정도로 확 줄었어요.”
박 총무님이 걱정스럽게 말을 보탰다.
일행은 해수욕이 가능한 동네끼미해변을 눈으로 스쳐보며 얼굴바위로 속도를 냈다.
2년 전 만 하더라도 얼굴바위는 물때를 맞춰 해안가 길로 가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벽 쪽으로 데크길이 놓이면서 물때와 상관없이 접근이 가능해지고 관광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내려가는 데크 옆으로는 보리수와 고로쇠나무가 무성하고 찔레꽃 향기는 여전히 일행의 코끝을 자극했다.
해안 쪽으로 다가가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텃새인 직박구리 수백 마리가 절벽과 나무 사이를 요란스럽게 했다.
여기에 천연기념물인 잿빛개구리매와 멸종위기종인 쇠검은머리쑥새도 관찰됐다.
이윽고 해안으로 내려온 일행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우와, 진짜네.”
“저 콧날을 좀 봐요.”
“이야, 진짜 사람 모습이네.”
바람에 움푹 움푹 파인 풍화혈(風化穴) 바위 타포니(Tafoni)를 밟고 선 일행은 모두들 얼굴바위에 대한 감상평을 쏟아내기 바빴다.
노 소장은 “아빠와 딸, 아들과 엄마의 얼굴이 나란히 있다”고 했고 누군가는 “인디언의 얼굴이 보인다”고 했다.
“얼굴바위는 ‘누가 먼저냐’ 원조 논란이 있어요. 연평도 얼굴바위는 자연이 빚은 거고 미국에 있는 거는 사람이 만든 거죠. 그래서 이거는 미국에도 없는 얼굴바위에요.”
노 소장이 표현한 ‘미국에 있는 거’는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 있는 대통령 조각상을 말한다.
여하튼 보는 사람에 따라 자기만의 해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바위다.
내가 보기에는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바다를 바라보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원래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살아요’ 하면서.
하지만 이런 얼굴바위를 볼 수 있는 날을 그리 오래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소연평도는 각섬암(角閃岩)이 대부분인데 납작하게 갈라지는 특성이 있어 수시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여기를 천두낭이라고 불렀어요. 절벽이죠. 바위랑 기암괴석으로 유명했는데 해수면이 높아지고 파도가 세졌어요. 물이 많이 들어와서 바위가 깎이고 무너지고 있어요.”
총무님의 설명이다.
노 소장도 지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최근부터 10억 년 전의 지질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서해의 섬입니다. 바위로 당시의 기후나 식생 등 상황을 알 수 있어요. 여기 바닥 바위를 보세요. 응회암(凝灰巖)입니다. 검은 것은 티타늄과 철(함티탄자철석)이고요. 반짝이는 건 규소 성분입니다. 서해의 섬은 습곡, 단층, 퇴적층을 모두 볼 수 있어요.”
30여 분을 얼굴바위에 머문 일행은 다시 데크를 올라와 왔던 길의 반대편 회주로를 걸었다.
섬을 동그랗게 둘러싼 회주로는 최근 만들어졌는데 1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총무님은 회주로를 만들기 위해 물푸레나무가 베어진 일을 아주 안타까워했다.
또 지금은 인적이 사라진 짝박골과 우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마을 주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역사고 이야기들이다.
커도 너무 크고 짙어도 너무 짙은 색의 큰 엉겅퀴에 놀랄 때쯤 꾀꼬리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터널 숲길이 시작됐다.
그리고는 이내 진도가 안 나갔다.
일행이 전문가들이다 보니 일반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새가 죄다 보이고 풀마다 사진을 찍으며 기록하기가 바빠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여하튼 고들빼기와 달래가 지천이고 꽈리도 무더기였다.
으름나무와 다래덩굴도 여럿 보이는 등 해안과 육지, 산의 식생을 고루 갖춘 전형적인 서해 섬의 생태적 특성을 보전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느껴질 때쯤 모섬인 대연평도의 길쭉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왜 대연평도가 ’평평하게 늘어진 벌‘ 연평(延平)인지를 알겠다.’
행정지원센터로 모인 일행은 바로 밑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때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탐방이 재미있는 일지만 막상 종일 걸어야 하는 체력전이라 모두들 허기가 졌다.
식당은 간판도 없는 백반집인데 이미 약속한 시간이 한참 지난 터라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뭍에서는 생각도 못할 광어전에 꽃게무침에 생선찜에 바지락무침에 여기에 더해 각종 밑반찬까지 가짓수에 놀라고 딱 맞는 간과 맞에 모두들 허겁지겁 젓가락을 놀렸다.
일부는 식사를 줄이는 중이라며 밥을 덜어 더 먹으라고 건냈다가 다시 가져가기도 했다.
“서해의 섬 밥상은 실망하는 일이 드물어요.”
노 소장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소연평도는 간판을 걸고 하는 식당은 없다.
행정지원센터나 민박집 또는 뭍의 낚시 가게나 지인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일행은 얼굴바위의 잔상과 함께 9천 원 섬 백반이 선사한 포만감을 가지고 오후 3시 대연평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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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등록일 2024.05.24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