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특집] 저어새에 멈칫, 밴댕이 회무침에 꼴깍... 백합의 섬 볼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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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원 사무장님이 건간망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있다. ©중부데일리
[중부데일리=최구길] 인천광역시와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는 수년에 걸쳐 서해 섬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섬 관광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걷고 낚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섬은 새와 식생, 지질, 지리, 생태, 자연, 기후는 물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문, 사회,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상황까지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는 그동안 기초, 심화, 전문가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90여 명의 나이대별 섬 탐방 가이드를 양성했다. 노형래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소장과 가이드 양성과정 전문가반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는 식생, 조류, 생태 교육 분야 베테랑 선생님들과 1박2일 볼음도 생태기행을 함께 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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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4일 오전 8시 50분 인천 강화군 화도면 선수선착장에서 훼리호에 몸을 실었다.
4시간 거리의 대청도, 2시간 거리의 연평도를 다녀온 터라 1시간 거리의 볼음도는 군내버스를 타는 정도의 가뿐함이었다.
원래 볼음도 가는 배편은 외포항에서 출발했으나 석모도가 다리로 연결 되면서 둘러갈 필요가 없자 지금의 선수선착장으로 내려왔다.
강화는 다도해다. 모섬 강화도 말고도 섬이 많다. 총 17개의 유인도와 11개 무인도가 있는데 일부는 제방이나 다리로 연결됐다.
접근성으로 굳이 나누자면 교동면(喬桐島)과 삼산면(三山面)의 미법, 서검, 석모도가 한 모둠이고 서도면(西島面)의 주문, 아차, 볼음, 말도가 다른 한 모둠이다.
볼음도(乶音島)는 임경업 장군이 풍랑을 만나 이 섬에서 15일간을 머물다가 둥근달을 보았다며 만월도(滿月島)라 했는데 그후 보름달을 발음대로 볼음도라 칭했다 한다.
주문도(注文島)는 사신이 배로 중국을 왕래할 때 이 섬에서 한양에 있는 왕에게 중간보고의 글을 올려 주문도라 부른다고 전해온다.
아차도(阿次島, 阿此島)는 주문도 보다 작은 섬이란 뜻으로 불렸다 한다.
말도(唜島, 末島)는 섬의 위치가 강화해역의 끝에 있다고 해서 예부터 ‘끝섬’ 또는 말도라 불렸다.
선수선착장에서 하루에 3번 배가 출발해 볼음, 아차, 주문도 순으로 내려주고 역순으로 태우고 나온다.
볼음도는 선수선착장에서 55분이면 도착한다. 이어 아차도를 거쳐 주문도 북쪽의 느리선착장까지는 총 1시간20분이 걸린다.
선수선착장에서는 주문도 남쪽 살곶이선착장까지 하루 3번 운항하는 직행 배편도 있다.
2층 객실로 올라간 일행이 탐방 일정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이야기 꽃을 한창 피울 때쯤 “내릴 준비를 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여름 초입의 볼음도는 볕은 따가운데 나름 선선한 바람으로 일행을 맞이했다.
볼음도의 면적은 여의도의 2배로 땅의 대부분이 논이고 전체 가구의 95% 이상이 농사를 짓는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노랑부리갈매기가 서식하고 1200년대에 수해로 떠내려온 나무를 건져다 심었다는 천연기념물 제304호 할아버지 은행나무도 있다.
일행은 볼음도생태계마을영농법인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저어새둥지(전화 032-932-4592)’에 짐을 던져놓고 다시 모였다.
1박2일 일정에 나서기 전 노형래 소장의 간단한(?) 종합 강의가 있었다.
"볼음도 하면 키워드가 뭐가 있을까요?"
일행은 생각나는대로 단어를 읊조렸다.
"백합, 밴댕이, 갯벌!"
"은행나무, 게스트하우스?"
"난, 저어새!"
볼음도는 백합과 밴댕이, 갯벌, 저어새와 은행나무의 섬이다.
조개 중의 조개 상합(上蛤)이라고도 하는 백합(白蛤)은 조개의 여왕이라 불린다.(왕은 우럭조개라고 한다.)
백합은 조선시대 왕실에도 진상하던 고급 식재료다.
큰 것은 어른 주먹 만하고 겉모양이 워낙 다양하고 안의 속살은 도톰하고 뽀얗다고 해서 백합이다.
생으로 먹으면 달큰하고 탕, 찜, 구이 등 어떤 요리를 해도 맛있는 식재료다.
볼음도는 보통 숙소에서 물때에 맞춰 경운기와 트렉터로 영뜰해변에 데려다 준다.
작두 칼날을 매단 줄을 허리 춤에 두르고 10cm 정도 깊이로 그레질을 하면 ‘덜컥’ 돌멩이 건드리는 소리가 나는데 백합이다.
반을 갈라 소주를 따라 속살과 함께 그대로 먹으면 그만한 안주가 없다.
“볼음도는 섬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세요. 고기잡는 배는 3척인가 밖에 없어요.”
‘고깃배도 얼마 없는데 밴댕이는 어디서 나는 걸까’라고 생각할 때쯤 노 소장이 설명을 이어간다.
“건간망에서 납니다.”
건간망(建干網)은 바닷가에 말뚝을 박고 둘러치는 그물을 말한다.
밀물 때 해안 쪽으로 올라간 물고기가 썰물 때에 걸려 잡히도록 하는 어업 방식인데 광활한 갯벌이 있는 볼음도는 굳이 배가 필요없다.
갯벌이 바다의 밭인 셈인데 주민마다 구획을 나눠 하루 2번 물때마다 수확물을 거둬들인다.
밴댕이, 숭어, 농어가 그렇게 손님과 주인장의 밥상에 오른다.
“강화 남부 지역과 석모도, 볼음도 등 섬 사이의 갯벌은 총 면적이 1억 3천 6백만 평입니다. 여의도의 52배에 달해서 단일 문화재 지정 구역 중에서 가장 넓습니다. 2001년도에 세계에서 최초로 단일 문화재로는 가장 큰 문화재로 자연유산으로 등록을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419호로요. 아마 오늘 물때가... 오후에 3시부터 트랙터를 탈 거예요. 한 30분, 40분은 갯벌을 나가야 됩니다. 백합도 잡으시고 끝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을 경험하실 거예요.”
얼추 30여 분 간의 강의가 끝난 뒤 일행은 20여 분 거리의 나들길 식당 민박으로 걸었다.
볼음도는 바다민박, 황해식당 등 민박과 식당이 꽤 있고 농협 하나로마트도 낮에 문을 연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은 강화나들길 코스인데 6월 중순의 바람과 햇볕에 접시꽃, 개머루, 낮달맞이꽃, 망초, 개망초가 길마다 일행을 반겼다.
“어, 백합이다!”
‘조개가 왜...’
“어, 진짜 백합이네요.”
먹는 백합이 아니라 나리꽃 백합이다.
색이나 모양이 오래도록 잔상이 남을 만큼 강렬했다.
대청도도 연평도도 그랬다.
집집마다 화단을 가꾸는데 정성을 들이고 꽃들이 형형색색 화려하기가 그지 없다.
생사를 넘나드는 바다에서 돌아오는 주인을 반기는 환영과 위안의 인사였을까.
더욱이 섬의 꽃과 식생이라는 것은 뭍과는 달라 커도 유난히 크고 색은 짙고 화려해 잔상의 향기가 오래간다.
나들길식당이 내놓은 점심은 채소 비빔밥이었다.
건새우가 들어간 된장국과 오이짠지, 순무김치, 열무김치가 정갈하게 차려 나왔다.
전형적인 농촌의 시골밥상인데 모두들 그릇을 비울만한 맛이었다.
이윽고 일행은 저어새둥지 이광원 사무장의 경운기에 올라타 영뜰해변으로 향했다.
너른 논을 질러가는데 저어새 일가가 가장자리에서 일렬로 망중한이다.
“주민들이 논에 약을 잘 안 쳐요. 그래서 저어새가 많이들 옵니다. 해안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다시 논으로 오고 논에 있다가 다시 해안으로 나갑니다.”
노 소장의 말이 끝나자 끝 없는 갯벌이 펼쳐진다.
먹먹한 장관.
일행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갈매기 무리와 건간망 사이로 난 뻘길을 따라 30여 분을 내달렸다.
“자, 다왔습니다. 신발과 양말은 벗으세요. 맨발로 모래뻘을 밟으면 됩니다.”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양발을 벗고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우와, 포실해요.”
뻘이 적당히 섞인 모래밭은 발이 빠지지 않았다.
형언할 수 없는 촉촉한 보드라움이 발바닥부터 온몸을 감쌓다.
“자 이게 그레입니다. 어깨나 허리에 끈을 메고 끌고 가는 거에요. 덜컥하는 느낌이 나면 그게 백합, 상합입니다. 다른 조개는 해감을 해야 해서 못 먹어요. 백합만 잡으세요. 그레 칼날이 날카로우니까 조심하시고요. 혼자 하면 힘들어요. 둘이서 한 조로 움직이세요. 물때와 바람과 햇볕이 중요한데 오늘 조과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TV에서만 보던 그레질이 신기했던 일행은 서둘러 짝을 지어 그레질에 나섰다.
생전 처음 그레질이 낯설었지만 한두 명이 소리를 지르며 백합을 들어올리자 초집중 모드에 돌입했다.
바닷물과 갯벌의 저항에 그레의 무게까지 더하면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사람들은 진득하니 걷다가 아기손 만한 백합을 손에 쥐고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잠깐의 체험을 생각했으나 그레질은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경운기 기사님들도 주문 받은 백합을 잡기 위해 그레질 삼매였다.
“자, 이제 다들 모이세요. 그만들 하고 오세요.”
“혹시 소주 가져온 분들은 꺼내시고요.”
이미 볼음도 경험이 있는 김광열 단장이 주섬주섬 소주를 한 병 꺼냈다.
이내 작은 손칼로 백합을 까주는 기사님들.
“반을 가른 뒤에 이렇게 양쪽을 삭삭 긁으면 돼요. 해감이 필요없지만 모래가 조금 있으면 바닷물이나 맹물로 살짝 헹구시면 됩니다.”
술을 잘 안 마시던 사람도 종이컵에 소주를 조금씩 따랐다.
“아!”
처음 먹어본 생백합의 달달하고 쫄깃한 풍미와 식감에 감탄사가 섞여 나왔다.
일부는 백합에 소주를 따라 함께 먹었다.
‘세상 어찌 이런 맛이...’
노 소장이 설명을 이어갔다.
“백합의 최대 주산지가 여기 이쪽이 아니었어요. 새만금 쪽이었어요. 새만금 쪽이 훨씬 더 뻘이 딴딴하기 때문에 훨씬 더 백합이 살 수 있는 생육 조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쪽이 백합, 상합의 주산지였는데 매립이 되면서 없어졌잖아요. 그러면서 현재는 보름도 쪽하고 장봉도 쪽 습지 그쪽 갯벌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질 좋은 백합이 자생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합니다.”
일행 중 양택농 선생님도 중요한 기억을 보탰다.
“인천 앞바다에도 옛날 60년 70년 전에는 상합이 엄청 많았어요. 옛날 낙섬. 그쪽 갯벌에 발로 밟으면 상합이 나왔어요. 용현동 거기가 이제 매립이 돼 버렸는데 그쪽에 갯벌이 전부 다 상합이었어요.”
다시 노 소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중구부터 송도까지 이어지는 곳이 다 갯벌이죠. 백합이라는 게 그냥 모래밭이 아니라 모래펄에서 살아요. 모래와 뻘흙이 서로 적절하게 섞여 있는 혼합 갯벌이어야 잘 자라고 예전에 그 곳들이 그런 환경이었죠. 지금이 아니지만요.”
영뜰해변 갯벌에서 달큰한 추억을 가슴에 새긴 일행은 다시 숙소로 향했다.
저어새 무리는 여전히 논에서 단단한 가족애를 뽐내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온 일행은 잠시 정비시간을 가진 뒤 각자 준비해온 반찬을 내어놓고 저녁을 해결했다.
식사를 마친 노 소장과 김석영 팀장, 한상혁 선생님과 필자는 조개골해변에 텐트를 쳤다.
바다의 노랫소리와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잠드는 경험은 새로웠다.
잠 자기 전 차(?)를 한 잔 하던 차에 홍승훈 사진작가가 찾아왔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바다를 바라보던 누군가 소리쳤다.
“저거 혹시 야광충 아닌가?”
야광충(夜光蟲 Sea Sparkle)은 크기가 1mm 남짓한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생체발광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광합성을 할 수 없고 다른 플랑크톤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전 세계의 얕은 해안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과하게 번성하면 적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집해서 빛을 내는 광경이 색다르다며 관광자원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하튼 바다의 형광 현상을 눈으로 보니 신기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텐트에 바닥에 붙였다.
하루를 복기할 틈도 없이 스르르 잠이 빠졌다.
그런데 골아떨어진 사람도 일으켜 세울 만한 기계음이 귓전을 울렸다.
“타다다다다다다다...”
‘몇시지?’
새벽 1시 20분.
멀리서 들리던 경운기 소리는 이내 텐트 바로 옆을 지나 바다로 나아갔다.
낮에 백합을 잡으러 영뜰갯벌에 나갔을 때 이광원 사무장이 한 말이 생각 났다.
“건간망을 하는 주민들은 죽으나 사나 하루 두 번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먼저 죽은 고기에서 냄새가 나서 다른 고기들도 다 못 쓰게 돼요.”
이 사무장은 2년 간 뭍을 못 나갔다고 했었다.
바로 그 서러운 경운기가 새벽을 가르며 바다로 향한 것이다.
한참 뒤 텐트를 지나는 경운기 소릴 다시 듣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짐을 모두 정리한 일행은 차를 타고 5분여 거리의 은행나무로 향했다.
볼음2리에 있는 은행나무는 그 자체가 과거고 현재고 미래다.
나이가 900여 살이고 1100년대 고려시대 때부터 인간의 생로병사와 나라들의 명멸을 지켜봐왔다.
높이는 무려 25m에 가슴높이의 둘레는 9m로 어른 5명이 팔을 쭉 뻗어야지나 감쌀 수 있는 거대한 나무다.
“서구 신현동 회화나무랑 강화군 사기리 탱자나무 등 인천시에 국가 보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문화재 나무가 6개가 있어요. 그중에 대표적인 게 천연기념물 304호 볼음도 은행나무예요. 900년 전 고려 중엽에 황해도 연안군 호남리에 암수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부부가 알콩달콩 100년 동안 잘 살았대요. 그러다가 한반도에 엄청난 지진, 폭풍, 해일이 같이 왔다고 합니다. 그때 아내는 남고 남편만 뿌리째 뽑혀가지고 물길을 타고 쭉 내려와서 딱 도착한 곳이 볼음도였다고 하네요. 북한의 기록이고요. 북한에도 천연기념물 제도가 똑같이 있는데 북한의 천연기념물 164호 은행나무가 이런 사연을 갖고 있어요. 남편이 사라졌는데 수소문을 해보니까 저기 멀리 볼음도에 가 있는 거예요. 그리워서인지 매년 1월이 되면 숲이 엄청나게 울었다고 합니다. 자꾸 소리를 내니까 그래서 호남리 주민들하고 볼음도 주민들이 이 얘기를 어떻게 아셨는지 나무를 파서 옮길 수는 없고 이런 애달픈 사연을 위로하는 잔치 같은 걸 해주자고 해서 매년 1월 20일 5시에 두 마을이 동시에 잔치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800년 전, 700년 전, 400년 전, 200년 전, 50년 전까지도 매년 잔치를 이어왔는데 안타깝게도 6.25 전쟁 이후에 남과 북이 분단되면서 이 풍습이 사라졌습니다. 여하튼 주민분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여겼고요. 지금은 엄청난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어서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노 소장의 설명이다.
일행은 할아버지 은행나무의 역사를 뒤로하고 썰물 때 드러나는 갯티길을 걷기로 했다.
은행나무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저어새 무리가 논에서 일렬 지어 자신과 서로의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을 사진에 담던 일행은 바닷가에서 저어새 무리를 또 다시 만났다.
식사를 방금 끝냈는지 이 팀도 깃털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고 일행은 불멍, 물멍처럼 한참을 앉아 새멍을 했다.
천연기념물 무리가 논에서 바다에서 곳곳에서 관측되는 것만으로도 볼음도의 생태적 위상을 알 수 있었다.
일행은 한강하구의 끝섬 말도가 멀리 보이는 말도선착장을 지나 여유롭게 갯티길을 걸어 말도 코앞까지 갔다가 보슬비에 놀라 다시 숙소로 발길을 향했다.
돌아가는 바닷가에는 갯고둥과 보랏빛 해홍나물이 지천이었다.
노 소장의 권유에 맛을 봤는데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염생식물 이름 그대로 짭쪼름하면서도 달큰 오묘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초고추장에 비벼먹으면 그만”이라며 한 줌 쥐어가는 노 소장의 말이 단박에 이해가 됐다.
‘언젠간 막걸리 안주로 먹어보리라.’
아침 탐방에 어느 정도 지친 일행은 늦은 점심을 했다.
잔반을 안 남기기 위해 어제 저녁 찬을 다시 올리고 특식 별미로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가 제철인 밴댕이 회무침을 주문했다.
섬에 왔지만 백합 외에 바닷것을 먹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새빨간 회무침을 보고는 모두들 감탄이 이어졌다.
밴댕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 아무리 싱싱한 녀석도 회로 먹으면 특유의 꼬리한 냄새가 있다.
이를 잡아주고 식감과 풍미를 확 끌어올리는 게 바로 초고추장 무침이다.
어제 시골 비빔밥을 먹었던 나들길식당에서 배달온 밴댕이 회무침이었는데 한두 젓가락 맛을 본 일행은 이내 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김광열 본부장이 나서 밥솥째 주걱으로 회무침을 비볐다.
적당한 달큰함과 매콤함에 밴댕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함이 밥알과 버무려져 입안에서 터졌다.
‘백합이 천상의 달큰함이면 밴댕이 회무침은 지상의 극상이로다!’
말을 잇지 못하고 쓱쓱 밥그릇을 비워낸 일행은 다시 뭍으로 나가기 위해 트럭에 짐을 실었다.
일행은 여름 장마 뒤 8월 5일, 6일 풀등 섬 대이작도로 탐방 겸 졸업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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