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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옹졸한 대통령, 참모들이라도 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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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길 기자.png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가슴부터 콱 막힌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 "이제는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는데 결국 다 뻥이고 말장난일 뿐이었다.


대통령이 취임 2년이 다 되어서야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그 자리가 뭐하는 자린지도 모르고 올라갔다는 소리여서 문제지만 그래도 국정운영의 방향을 소통과 통섭, 조율과 통합으로 흉내는 낼 줄 알았다.    


그러나 "통치 스타일을 바꾸고 일정, 메시지, 말도 줄이겠다"는 절박한 다짐은 모두 헛소리였다.


최근에 나온 갤럽의 국정 지지율 20%가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처럼 대통령의 성공을 기대하고 희망하고 바라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임기 말로 갈수록 자식이나 아내, 친인척 문제로 심지어 민간인의 국정농단에 흔들리고 쓰러지고 감옥을 다녀오는 사례들을 30여 년 간 지켜본 사람들이 바로 우리나라의 국민이다.


그래서 우리도 미국처럼 박수를 받으며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들을 연달아 자연스럽게 보고 싶은 거다. 


그런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든든하게 국민 화합의 메시지를 내고 여야를 떠나 현직 대통령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정상적인 퇴임 대통령들을 보고싶은 건 우리의 헛된 소망일 뿐일까.


사실 대통령은 국가의 혁신과 방향을 선도하고 핵심 사안들을 통합, 조정, 관리하면 그 뿐이다. 


나름 혁신을 선도하고 방향을 제시해봤는데도 잘 안 되면 통합, 조정, 관리만 해도 그만이다.


매번 혁신적인 리더가 나오길 바랄수도 없고 별 생각 없이 살다가 참모가 써준 대본과 공약이나 읊조리고 서로 비호감이나 겨루는 선거라면 50%의 확률로 운 좋게 누구나 당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절 따라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안보와 경제, 국내 위기대응 등 국정 관리만 잘해도 그럭저럭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게 대통령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조직, 인력, 예산을 가장 마음껏 쓸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대통령직이다. 


어차피 혼자 다 할 수 없으니 맡기라고 각부의 장관이 있고 수족으로 쓰라고 대통령실에 장관급 비서실장에다 5수석 2기획관이 붙어있다.


어느 정도의 이해력이 있고 여러 사람의 입장을 들을 줄 알고 상식적인 판단이 가능한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박수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대통령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


물론 국정 점수를 갉아먹는 제일 큰 요인은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20%로 고꾸라진 9월 초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는 ‘의대 정원 확대’(18%), ‘경제·민생·물가’(12%), ‘소통 미흡’(10%), ‘독단적·일방적’(8%)을 부정평가의 이유로 꼽았다.


경제·민생·물가야 대통령이 신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고 쳐도 의대 정원 확대, 소통 미흡, 독단적·일방적은 모두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자기 얘기만 떠드는 윤 대통령의 불통과 전지전능한 자기확신에 기인한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의 경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사가 대체 얼마나 부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병의원에서 진료 받을 때 조금 기다려야하는 불편함과 대학병원에 가서 진찰 한 번 받아 봤으면 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가기가 어렵다는 정도의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니 의사를 좀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할 국민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안을 증폭시키는 일부 의사들의 못된 행태를 빼고서 보더라도 응급실을 제 때에 못 가고 치료를 못 받을 걱정에 다치면 죽는다는 공포를 느낄 정도로 국민들이 힘들어 해야 하는 시급한 어젠다였나 하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의사를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악마화 하고 전공의들의 이탈로 선진국도 부러워하던, 치료와 수술이 빠르고 뛰어날 뿐더러 상대적으로 저렴한 K-의료를 붕괴시키면서까지 밀어붙여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나 하는 질문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정부와 의사의 자존심 싸움과 국민불안 뿐이다.


더욱이 의대로 전향하려는 이공계 대학생들의 자퇴 행렬이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의 괴멸이 가속화 되고 있다.


IMF 사태 때도 안 깎았던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지속생존의 근간인 연구개발(R&D) 예산을 33년만에 대폭 삭감하면서 연구계를 폭망시키고 난장판을 만든 검사 대통령의 근자감이 만든 결과다.


하지만 불통의 길을 걷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 20%가 말해주듯이 하던대로 그냥 갈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에 국민이 죽어난다”는 지적에 “가짜뉴스”라고 신경질을 부리는 총리는 예전에 사표를 냈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유임 중이다.


의사들을 '의새'라 부르며 폄하하고 대화를 단절시킨 보건복지부 차관의 경질 요구도 모른척하는 그 대통령에 그 총리답다.


더 앞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로 내외국인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안전관리 최정점 부서인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이 현재 이번 정부의 최장수 국무위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년 사람들이 붐비던 행사였지만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한 그 해에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했고 경질 요구가 빚발쳤지만 장관이 교체될 경우 자신에게 닥칠 책임 여파가 두려워 고집을 부리다가 지난 총선에서 사달이 났다.


사안이 다르지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조차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발각되자 국무총리는 물론 부총리, 안기부장, 내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법제처장, 검찰총장, 치안본부장, 서울시경국장까지 책임을 물어 전원 경질했다.


국민에 대한 당연한 두려움이고 도리이자 국정쇄신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의 세계 속에서 살아온 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을 쓸 줄도 모를 뿐더러 자기가 아는 사람과 자기 라인만 틀어쥐고 가면 욕은 먹어도 임기까지 자리 보전이 가능하다는 확신에 차 있는 듯하다.


물론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를 내린 70%의 국민은 '전지전능한 나와 무지몽매한 세상의 투쟁' 속에 살고 있는 누구에게는 '의식적 무의식적 반국가세력'일 수도 있겠다. 


두 번째 지지율 마이너스의 손은 단연 김건희 여사다.


대선 전 허위 학력, 경력 논란 속에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으나 최근에도 지구대를 찾아 "경청, 미흡, 개선" 등 마치 통치자인 양 행동하면서 국민들을 맨붕에 빠뜨렸다. 


김 여서의 행태는 여당에서 조차 제발 자중 좀 하라는 주문이 나올 정도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윤 대통령이 “10원 한장 피해준 적 없다”던 장모의 징역형 확정, 최근의 명품 백 수수 논란에도 ‘김건희 여사 문제’는 응답자의 3%만이 부정평가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아내의 역할"을 넘어 통치자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는 듯한 행보가 지속되고 있어 1+1 대통령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퇴임 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만큼이나 아니 더 크게 국정지지율을 갉아 먹고 있는 요인은 바로 대통령 주위를 감싸고 있는 참모들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뒤 나름 쇄신의 모양새로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 비서실장의 발탁 이유로 "원만한 소통"을 꼽았고 정 비서실장은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수석에 대해 "민생 현장의 목소리도 잘 경청하실 분"이라고 설명했고 홍 수석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민심을 확인하는 선거였고 정무 쪽에서 부족한 부분 채워야 한다"고 답했다.


모두 소통과 간언(諫言), 경청과 조율의 메시지였지만 결과는 과연 어떠했는가.


두 사람 임명 전의 숱한 논란들을 빼고서 최근의 것만 보자.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맥주를 진탕 마시고는 환한 얼굴로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며 "스트레스가 풀리고 힘이 난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 날은 12사단 사망 훈련병 영결식이 있었고 국민들은 애도의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은 또 8월 23일 재일동포들이 설립한 교토 국제고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토 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결승전 구장에 힘차게 울려 퍼졌다. 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썼다.


하지만 하루 전날 발생한 부천의 호텔 화재 사망사고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해당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으며 전국의 국민들이 뉴스에 귀를 쫑긋하던 때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8월 집중호우에 대해 "내가 퇴근하면서 보니 다른 아파트들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라며 남 이야기하듯 말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을 두고 사람들은 "퇴근길에 다른 아파트 잠기는 걸 보고도 집에 갔다는 건가", "침수가 시작되는 걸 봤으면 차를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을 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신분이던 그해 3월 경북 울진 산불 이재민 보호소를 방문했을 때에는 "청와대에 있더라도 산불이 나면 헬기라도 타고 와야죠"라고 말했던 그였다.


광발 나는 건 나서서 발표하고 대형참사나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안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이런 어설픈 지지율 관리는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바뀐 뒤에도 전혀 개선이 안 되고 있다.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험한 입은 또 어떤가.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한 언급은 1도 없이 “반자유, 반통일, 검은 선동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뜬금없는 사상전을 강조하더니 며칠 뒤 국무회의에서 “사회 내부에 암약하는 반국가세력이 있다”고 이념전을 이어갔다.


더 가관인 건 끈임없는 이념 논쟁을 불러 잃으키기 위한 연이은 뉴라이트, 극우 성향 인사들의 임명이다.


반일 종족주의 뉴라이트 성향 서적을 집필한 사람이 지금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다.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출신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고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뉴라이트 역사관이 담긴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의 공동저자다.


심지어 "친일파로 매도된 인사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사람이 현재의 독립기념관 관장이니 일생을 바쳐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에게 침을 뱉고 국민을 모독하고 있다.  


38년만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또 어떤가.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향해 조롱과 야유, 언어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냐"며 "국회 개원식 불참은 내가 건의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대통령이 가기 싫다고 했거나 정무수석이 가지 말자고 한 것을 자신이 독박을 쓴 것인지 진실로 자신이 가지 말라고 한 것인지 무엇이 되었든 모두 문제다.


세상 그 어떤 참모가 대통령의 불통을 말리지는 못할 망정 이를 조장하고 방조한단 말인가.


취임 일성으로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겠다"고 한 정 비서실장은 그래서 이미 틀렸고 민주공화제 국가에 위험한 인사다. 


눈과 귀가 국민이 아닌 대통령에게만 꽂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국회 무시에 따른 국민 혼란과 정치의 실종은 그대로 취임후 최저 지지율로 기록됐다.


참모들이 대통령의 버럭과 격노에 "옳습니다", "맞습니다", "뜻대로 하옵소서" 딸랑딸랑 심기 보좌나 하는 순간 그 나라나 국민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겠는가. 


윤 대통령은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회동에 앞서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부했다.


의대 정원 문제나 아내 문제가 거론 될 수 있어 부담이거나 그냥 둘이 만나는 것 자체가 싫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어디 거부하고 말고 할 계제의 일인가.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단독으로는 못 만나고 안 만나겠다는 건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자체가 불행이다. 


옹졸하기가 밴댕이소갈딱지같은 대통령을 보좌할수록 내쳐지기를 각오하고서라도 고언을 해야 하는 게 참모다.


"저런 대통령이면 나도 하겠다"라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는 지를 알게 됐다"고 말하는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첫 지도자이지만 국민을 위해 아니 자신을 뽑아주고 지금도 철저하게 신뢰를 보내고 있는 20몇 %의 지지자들을 위해서라도 소통과 화합의 길로 가야만 한다.


스스로 자기의 생각과 마음을 도저히 바꾸지 못하겠거든 옆에서 맞장구 치며 자기 확신이나 강화시켜주고 있는 참모들이라도 잘라라.


그게 대통령도 성공하고 국민도 살 길이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정중히 묻는다.


"지금 대통령의 길이 정말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최구길 중부데일리 발행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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